경제·금융 경제동향

[한미FTA 공청회부터 파행] 예상됐던 농민반발...정부 '공청회 유효' 주장하며 FTA 개정 강행

농민회총연맹 등 난입...공청회 시작 20분만에 중단

대외硏 "추가개방 땐 GDP 최대 0.0007% 증가 그쳐"

농민단체 "18일 여의도서 집회열고 국회보고 결사저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이 첫발부터 꼬였다. 협상 개시를 위한 사전 절차인 공청회가 농민단체의 반발로 파행한 것. 정부는 공청회 자체가 무산된 게 아니라 예정대로 국회 보고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 2006년 2월에도 한미 FTA 공청회 파행을 뒤로하고 이튿날 협정 체결 추진 방침을 확정한 바 있다. 농민단체가 개정협상을 결사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향후 진통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한미 FTA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지만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국여성농민총연합 등이 참여한 ‘FTA 대응 대책위원회’의 난입으로 시작 20분 만에 파행했다.


대책위는 이날 공청회 시작 전에 기자회견을 통해 “농축산인을 다 죽이는 한미 FTA를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정부가 트럼프의 ‘폐기’ 협박에 굴복해 한미 FTA 추가 개악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며 “아무런 근거 없는 트럼프의 한마디에 제대로 된 반박도, 평가도 없이 이렇게 추가 개악을 강행하는 나라를 주권국가라고 부를 수 있는가”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들은 특히 김영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본부 지역무역협력팀장이 ‘한미 FTA 개정의 경제적 타당성 검토’ 보고서를 발표하자 “일방적인 경제 분석은 용납할 수 없다. 오늘 공청회는 할 수 없다”며 단상을 점거했다. 보고서는 한미 FTA 발효 이후 양국의 교역이 늘고 투자가 확대되는 등 상호 호혜적인 결과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또 향후 한미 FTA가 개정되면 낮은 수준으로 개방할 경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0004%(소비자후생 1,200만달러), 높은 수준에서는 0.0007%(소비자후생 2,400만달러)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농민 단체는 정부의 이 같은 분석에 실질적 피해를 보는 농업 분야가 쏙 빠졌다고 지적했다. 대책위의 한 관계자는 “농축산업이 반 토막이 났는데 뭐가 호혜적이냐”며 “쌀 한 톨, 고기 한 점 양보 못한다. 한미 FTA는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또 농업 분야 추가 개방은 없다는 정부의 방침을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강성천 산업부 통상차관보는 “농업을 추가로 여는 게 없도록 확고히 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농민단체는 “김현종 본부장의 ‘레드라인’ 발언도 믿을 수 없다”고 맞받아쳤다. 김 본부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농업은 우리의 레드라인”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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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청회 개최 성공 여부를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산업부는 이날 공청회를 끝마친 후 “금일 공청회 및 경제적 타당성 검토 결과를 반영해 통상절차법 제6조에 따른 한미 FTA 통상조약체결계획을 수립해 국회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2년 시행된 통상절차법에 따르면 정부가 미국과 한미 FTA 개정협상을 시작하려면 공청회와 경제적 타당성 검토, 통상조약체결계획 수립, 국회 보고, 대외경제장관회의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농민단체의 반발이 거세지만 7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한미 FTA 협상 관련 추진 절차를 신속히 하겠다”고 밝힌 만큼 정부 입장에서는 향후 절차를 강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농민·시민단체는 이번 공청회가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송기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국제통상위원장은 “10년 전인 2006년에도 공청회가 파행됐지만 공청회를 한 것으로 간주하고 넘어갔는데 통상절차법이 있는 지금은 법적 환경이 다르다”며 “행정절차법상 공청회를 공개적인 토론으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토론 자체가 진행이 안 된 이번 공청회는 무산된 것이 맞다”고 말했다. 대책위 관계자도 공청회 예정 종료시각이었던 12시 단상에 올라 “공청회가 무산됐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보안요원과 격렬한 몸싸움도 오갔다.

참여정부 당시인 2006년에도 정부가 협상 개시를 위한 공청회를 열었지만 농민단체의 반대로 파행한 바 있다. 이튿날에는 미국 워싱턴 DC 상원의사당에서 당시 통삽교섭본부장과 미국 무역대표부(USTR) 장관이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협상을 공식화했고 이후 한 달여가 지난 3월 협상을 시작했다.

이번 공청회에도 파행이 반복되면서 농민단체는 오는 18일 전국농민대회 집회를 열어 국회 보고를 결사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공청회가 끝난 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파면·사퇴 △국회보고 결사 저지 △11월18일 여의도 전국농민대회 집회 △한미 FTA 폐기 등의 내용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다만 정부는 개정협상을 위한 법적 절차를 진행하지만 향후에도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산업부와 농림축산식품부가 공동으로 조속한 시일 내에 농축산 업계 대상 간담회를 계획하고 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세종=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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