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국내 시장에서 신모델 출시를 늦추고 있다. 기존 모델이 판매호조를 보이는 데 따른 결과다. 반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대세가 되고 있는 미국 시장에서는 대응이 늦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관련 신차 출시를 앞당기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당초 연내 출시 예정이던 ‘신형 벨로스터(JS)’를 내년 초 국내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지난 7월만 해도 연말께 신차를 선보이겠다고 밝혔지만 더 늦춰진 셈이다. 연내 출시설이 수차례 제기됐던 중형 SUV ‘싼타페’ 역시 내년 2~3월께 선보이기로 했다.
현대차가 연내 예정된 모델을 내년 초로 미루는 것은 내수 판매가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올 10월까지 국내 판매량은 57만1,683대로 지난해 대비 7.9% 늘었다. 그랜저IG가 월평균 1만대를 넘어 올해만 누적 11만대가 팔렸고 쏘나타 뉴 라이즈, 코나, 제네시스 G70 등도 판매실적이 괜찮은 상황이다. 올해 현대차 점유율은 38.7%를 기록해 5년 만에 내수 점유율 하락세가 멈출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시장은 대조적이다. 현대차는 내년 상반기 소형 SUV ‘코나’를 미국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 전에 선보이기로 영업전략을 수정했다. 앞서 현대차는 10월 판매 확대를 위해 차량 구입 후 3일 내 맘에 들지 않으면 차량을 전액 환불해주는 보증 프로그램도 도입한 바 있다. 업계에서 상시 환불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현대차가 사실상 처음이다. 그만큼 현대차의 미국 판매가 부진하다는 반증으로 풀이된다. 실제 현대차는 전년 대비 13.1% 줄어든 56만4,750대를 미국에서 팔았다. 주력 경쟁업체인 일본 혼다나 닛산·도요타 등이 모두 판매가 소폭(0.3~1.8%)이나마 늘었음을 고려하면 심각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중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등 대외 변수라도 있었지만 미국의 경우 말 그대로 픽업트럭 등 주력 모델 부재가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는 30~40대 고객들이 쏘나타에서 그랜저로 수요가 넘어간 흐름을 잘 읽은 것이 판매로 이어졌지만 미국에서는 SUV 판매 확대에도 대응이 늦었던 것이 판매 부진으로 연결된 것”이라며 “지역별 대응을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