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세우려면 도서관 문부터 열어라!”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하루 앞둔 13일 오전 10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건립에 반대하는 시민 100여명이 서울 마포구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관 앞에 집결했다. 이날은 시민단체 ‘동상건립추진모임’이 자체 제작한 4m 20cm높이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기념재단)에 기증하기로 하고 기증 전달식을 여는 날이었다. 기념관 앞은 ‘대통령 만세’를 외치는 시민 200여명과 ‘불법 동상 퇴거’를 외치는 시민단체 참가자 100여명으로 나뉘어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동상건립추진모임은 기증식을 열고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에 공식적으로 기증서를 전달했다. 고영주 전 MBC 이사장도 기증식에 참석했다. 이동복 동상건립추진모임 위원장은 연설에 나서 “박정희, 이승만 전 대통령과 트루만 전 미국 대통령은 대한민국 호국과 발전에 위대한 업적 남긴 지도자들”이라며 “이들을 동상으로 남겨 그 정신을 애국시민들과 함께 기록하고 싶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정상화 운동본부 등 200여명의 지지자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름을 연호하며 연설에 화답했다.
같은 시각 민족문제연구소를 비롯한 시민단체와 여당 의원, 마포구 주민들은 50m 거리에서 집회를 열고 반대시위를 벌였다. 마포구 갑이 지역구인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집회 시작 전 기념관을 찾아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집회에 참석해 “지금처럼 찬반 양진하는 상황에서 동상 건립은 어울리지도 않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자신을 마포구민이라고 밝힌 한 여성은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관이 있다는 사실도 싫은데 동상까지 들어온다니 거부감이 든다”며 “서울시 땅을 빌려 쓰면서 주민에게 필요한 시설부터 열고 동상을 들이겠다고 말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박정희 기념재단 측이 서울시와 2012년 계약을 맺을 때 약속한 어린이 도서관 개관도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국장은 “서울시는 박정희대통령기념관이 전시실과 공공도서관을 함께 쓴다는 조건으로 땅을 내 준 건데 기념관 측은 일방적으로 전시관만 개관하고 있다”며 “건물 일체도 서울시에 기부체납해 위탁 운영하기로 돼 있는데 어겼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좌승희 박정희기념도서관장은 “어린이 도서관 및 공공도서관은 다 만들고 있는데 이제까지 국민 성금이 모자라 못 한 것”이라며 “기부체납도 우리 측에서는 서류를 전달했는데 서울시에서 안 받았다”고 밝혔다. 좌 관장은 “많은 대중이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휴식할 수 있도록 조만간에 결과를 보여드리겠다”고 밝혔다.
2012년 문을 연 기념관은 시유지를 무상으로 빌려 쓰고 있어 조형물을 세우려면 서울시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오경환 서울시의원은 “서울시는 공공재산과 관련된 건물이나 동상을 세울 때 절차에 따라 심의하게 돼 있다”면서 “서울시는 적법한 법과 조례에 따라 절차를 심의하고, 불법적인 사안은 그대로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증식이 진행되는 동안 고성이 오가며 양측이 충돌해 2명이 폭행 혐의로 연행됐지만 인명피해는 없었다.
현재 박 전 대통령 동상은 고양시 덕양구에 만들어져 보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념재단은 오는 14일 박정희 전 대통령 탄신제를 끝으로 박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행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