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교두보로 독일을 선택한 국내·외 제조사들이 삼성-애플 양강구도로 고착화된 현지 시장 구도에 변화를 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시리즈 최초로 신제품 공개행사를 독일에서 갖고, 현지 이동통신사들을 통해 판매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 현지 반응은 녹록지 않다는 평가다.
이달 초 독일 브레멘 시내에 위치한 한 휴대폰 매장에 들어서자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들이 애플 아이폰8과 삼성 갤럭시S8을 번갈아 사용해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매장 직원과 한참 얘기를 나누더니 결국 아이폰8을 선택했다. 주변에 LG전자·소니·화웨이·HTC 등 제조사들의 동급 스마트폰도 많이 전시돼 있었지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이 매장 직원은 “소비자 대부분이 갤럭시S8과 아이폰8 두 모델만 찾는 분위기”라며 “두 모델 판매 비중이 50대 50 정도인데, 이런 현상은 세계 어느나라를 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 이동통신사 대리점과 휴대폰 전문 판매점 몇 곳을 더 둘러봤지만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다른 매장 직원들 역시 “종종 가성비(가격대비성능)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중국산 중저가 제품을 구매하긴 하지만, 갤럭시S와 아이폰 시리즈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업계의 관심은 이같은 분위기를 LG전자와 화웨이가 반전시킬 수 있을지다. 두 회사는 올해 독일을 유럽 진출의 거점으로 삼고 각각 베를린과 뮌헨에서 별도 신제품 발표행사를 가졌다. LG전자는 전작 V10과 V20이 북미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기세를 몰아 V30의 유럽 시장 정면돌파를 예고했고, 화웨이는 지난 2분기 글로벌 점유율로 애플을 앞선 자신감을 동력으로 삼으며 인공지능(AI) 모바일 프로세서를 무기로 내세운 메이트10을 선보였다. 두 제품 모두 현지 이통사 매장을 통해 출시된다.
외신들은 우선 두 제품에 대해 긍정적이다. IT전문매체 폰아레나는 V30에 대해 “올해 출시된 스마트폰의 가장 인상 깊은 기능은 LG V30 카메라 기능”이라고 호평했다. 안드로이드 어쏘리티도 “6인치의 세련된 베젤리스 디자인, 넓은 배경을 담는 광각 등 스마트폰이 성공하기 위한 모든 조건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메이트10 역시 독일 전문 카메라 평가 기관 ‘DxOMark’에서 삼성전자·애플 제품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총점 97점으로 94점을 받은 아이폰8+와 갤럭시노트8을 앞섰다. 보다폰(vodafone) 매장 한 관계자는 “아직 두 회사 신제품들이 정식으로 출시되진 않았지만, 뉴스 등을 통해 긍정적인 반응들을 접했다”면서도 “다만 갤럭시S와 아이폰 인기가 너무 높아 두 제품이 실제로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전했다.
/브레멘=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