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양진호 엔캣 대표 "2020년 글로벌 액세서리 유통기업 도약"

노점서 시작해 '못된고양이' 창업

27년만에 국내 1위 브랜드 성장

올 매출 430억·영업익 10% 전망

동남아·美 이어 유럽·중동 진출

메이드 인 코리아 성공신화 쓸 것

양진호 엔캣 대표양진호 엔캣 대표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단칸방에서 7남매가 뒤엉켜 살았다. 노점상으로 생계를 일구는 부모님의 고충을 덜고 싶은 마음에 중학교 때부터 닥치는 대로 신문 배달이며 화장지 장사를 해야 했다. 군대에서 훈련 도중 무릎을 다쳐 의가사 제대를 한 뒤 악착같이 모은 돈으로 리어카를 구입해 1991년 남가좌동 모래내시장에 액세서리 노점을 열었다.

명동이나 압구정 등 역세권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국내 1위 액세서리 브랜드 ‘못된고양이’를 창업한 양진호(47·사진) 엔캣 대표의 이야기다. 올해로 창업 27년차를 맞은 양 대표는 국내 1위 액세서리 브랜드로 성장한 ‘못된고양이’를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는 게 목표다.


14일 서울 회현동 엔캣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양 대표는 “오는 2020년 전체 매장을 300개 수준으로 늘리는 한편 해외 프랜차이즈를 50개까지 확장해 명실공히 글로벌 액세서리 유통전문기업으로 자리잡겠다”고 밝혔다. 현재 직영점과 가맹점을 포함해 150여개 매장을 운영하는 엔캣은 올해 430억원 매출과 40여억원의 영업이익을 예상하고 있다. 2020년에는 매출을 8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리고 영업 이익률을 10%를 달성, 상장(IPO)한다는 게 양 대표의 목표다.

현재 엔캣은 직영점, 가맹점, 온라인 매장, 해외 가맹점, 롯데 등 특수몰까지 5개 축으로 운영되고 있다. 국내 1위 액세서리 브랜드로 성장한 배경에는 공격적인 가맹점 확장 전략이 자리하고 있지만, 양 대표는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해야 지속 가능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양진호 엔캣 대표양진호 엔캣 대표


그는 “세계적인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의 경우 직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고객들은 어느 매장에서도 비슷한 컬러의 균질한 서비스를 받는다고 느끼고 이게 스타벅스만의 강점”이라며 “액세서리는 유행에 민감한 품목인 만큼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정체성)을 균일하게 유지하고 언제, 어디서나 브랜드를 동일하게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차원에서 가맹점을 확장하기보다는 직영점 중심으로 전략을 수정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 중이다.

양 대표는 “2015년에는 매출의 100%가 가맹점에서 나왔지만 올해는 직영의 비중이 30%에 달하고 있다”며 “2020년 전후로는 직영 비율을 50%까지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존 가맹점 가운데 부실 매장이 자연스럽게 정리되고 직영을 공격적으로 늘리는 방식으로 접근한다는 생각이다. 가맹점주가 되는 자격도 기존 점주의 추가 출점이나 본사에서 1년 이상 근무한 경력자로 제한하기로 했다. 일부 매장의 부실로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되면 다른 가맹점으로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업종이 거의 없다는 데 안타까움을 나타내며 액세서리 브랜드로는 최초로 ‘메이드 인 코리아’의 성공 신화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대한민국 프랜차이즈는 외식이 90% 이상을 차지합니다. 외식은 글로벌 시장에 나가도 우리 제품을 갖고 나가는 게 아니라 한국 브랜드에 해외 식자재를 사용하는 게 다반사입니다. 대부분이 해외에 나가 로열티를 받고 노하우를 전수하는 방식이지요. 하지만 액세서리는 다릅니다. 남대문시장 2평 남짓 작은 공장에서, 우리 기술자의 손끝에서 나온 제품들이 해외 시장을 누비는 겁니다. 한국 브랜드로 나가는 프랜차이즈지만 그 성과는 외식 브랜드와 큰 차이를 갖습니다. 제조업과 동반 진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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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캣의 해외 진출은 2012년 대만이 첫 도전이었다. 해외 여행을 하면 못된고양이 제품보다 퀄러티가 떨어져도 비싼 가격에 팔리는 것을 보고는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던 것. 야심찬 포부를 안고 대만에 지사를 마련한 뒤 직영점을 내기 시작했다. 그 해에만 대만 최고의 상권에 8개 직영점이 생겼다. 하지만 철저한 시장 조사를 하지 못했던 게 패인이었다.

양 대표는 “처음에는 상권이 좋아 제품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며 “하지만 얼마 안 가 우기에 접어 들면서 제품이 변색되는 등 예기치 못한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매장 별로 한달 임대료가 2,000만원이 넘는 상황에서 제품까지 변색되면서 1년 만에 18억원의 적자를 안고 철수해야 했다.

양 대표는 비싼 수업료를 냈지만 해외 진출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대로 배운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이후 현지인 위주로 가맹점 계약을 통해 진출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2013년 필리핀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베트남, 캄보디아, 싱가포르, 미국 등 5개국에 총 17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최근 싱가포르와 하와이 3호점을 연 데다 필리핀 8호점까지 내면 해외 매장만 20곳에 달하게 된다.

양 대표는 “해외의 경우 직영점을 운영하면 한국인 직원을 파견하는 등 부대 비용이 많이 들지만 가맹점은 현지 파트너가 책임을 지는 구조인 만큼 본사의 부담이 그만큼 줄어든다”면서 “이런 추세라면 오는 2020년에는 해외 매장만 50개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자신했다. 동남아시아와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진출한 엔캣은 조만간 남미와 유럽, 중동 지역으로 영토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액세서리의 경우 국가별 유행 흐름이 크게 다르지 않아 승산이 있다”며 “내년에는 유럽과 중동 시장에도 진출해 궁극적으로 전세계 어디에서든 ‘세븐일레븐’을 볼 수 있는 것처럼 ‘NCAT’을 만날 수 있게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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