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주가는 연일 고공행진 중이고 실적도 증가세를 보인 가운데 각종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임상과 국내외 허가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 간만에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바이오 열풍을 이끌고 있는 주체는 바로 셀트리온(068270)이다. ‘셀트리온그룹 3총사(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068760)·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는 올해 들어 3분기 만에 누적 매출액 1조원을 돌파하며 국내 바이오 역사를 새로 썼다. 연간 기준으로는 1조6,000억원을 넘어설 기세여서 바이오는 물론 기존의 국내 대형 제약사마저 제치고 명실상부한 ‘국내 1위’의 위상을 꿰찼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5일 바이오제약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그룹 산하 3개 계열사는 올 들어 3·4분기까지의 누적 매출이 1조2,718억원을 기록했다. 창사 이래 최대 성과이자 국내 바이오제약 기업 1위를 달려온 유한양행의 같은 기간 누적 매출(1조849억원)마저 넘어선 실적이다. 바이오의약품과 합성의약품에 묵묵히 투자해온 셀트리온의 진면목이 재조명되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셀트리온그룹은 셀트리온(바이오의약품 개발 및 제조), 셀트리온제약(합성의약품 개발 및 제조), 셀트리온헬스케어(바이오의약품 및 합성의약품 유통)가 핵심 계열사다. 주력은 그룹의 모태이자 바이오의약품 개발과 제조를 전담하는 셀트리온이다. 셀트리온은 지난 2012년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램시마’ 개발에 성공해 글로벌 바이오제약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뒤이어 개발에 성공한 유방암 치료제 ‘허쥬마’와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도 모두 셀트리온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바이오시밀러다.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허쥬마가 내년 미국과 유럽에 본격적으로 출시되고 트룩시마도 앞서 시판에 들어간 유럽에 이어 내년에 미국에서 출시되면 셀트리온의 매출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임상시험 중인 신약도 셀트리온의 핵심자산으로 꼽힌다. 정맥주사형인 램시마를 피하주사형으로 바꾼 ‘램시마SC’는 셀트리온의 바이오의약품 기술력이 집약된 기대주로 꼽힌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램시마SC는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는 번거로움 없이 스스로 투여할 수 있어 바이오신약에 버금가는 파급력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셀트리온은 내년까지 램시마SC의 임상을 완료하고 오는 2019년에 정식 출시할 계획이다.
합성의약품 개발과 생산을 전담하는 셀트리온제약도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009년 한서제약 인수를 통해 출범한 셀트리온제약은 1,500억원을 투자해 연간 100억정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충북 오창에 지었다. 합성의약품 제조공장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대표제품인 간장질환 치료제 ‘고덱스’는 올해 전문의약품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던 대웅제약 ‘우루사’를 제치고 간판 제품으로 떠오르는 기염을 토해냈다.
셀트리온제약은 합성의약품 복제약인 제네릭을 앞세워 미국 시장 진출도 추진 중이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9월 임시 주총 행사장에서 “조만간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 셀트리온제약의 제네릭 진출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미국 제네릭 시장은 올해 처음으로 국산 제품 2종이 진출에 성공했을 정도로 까다롭지만 셀트리온은 충분한 경쟁력을 자신하고 있다.
다만 바이오시밀러 후발주자들의 공세와 오리지널약 개발사의 견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셀트리온의 향후 경쟁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셀트리온은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 허쥬마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국내에 출시했지만 유럽에서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온트루잔트에 승기를 빼앗겼다. 지난해 말 미국에 진출한 램시마도 오리지널 개발사인 존슨앤존슨의 견제에 밀려 별다른 성과를 기대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램시마의 북미 판권을 보유한 화이자는 지난해 9월 존슨앤존슨을 불공정거래 혐의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국내 바이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의 신제품이 꾸준히 출시될수록 이를 글로벌 시장에 판매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실적도 덩달아 올라가는 구조”라며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추가 승인이 이어지고 셀트리온제약의 미국 진출이 가시화되면 셀트리온그룹의 글로벌 경쟁력도 한 단계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