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뒷북경제]샅샅이 뒤졌던 해외자원개발 다시 또 들여다본다는데

'자본잠식' 광물公 등 자원공기업 빚더미 올렸지만 성과 미미

구조조정통해 멍에 벗고 새로운 추진 동력 얻겠다지만

정략적으로 이용되면 자원개발 '샤워실의 바보' 이어질 수밖에

국정조사와 검찰, 그리고 감사원 감사



까지 동원해 샅샅이 뒤졌던 ‘MB’ 해외 자원개발을 정부가 다시 실태 조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비리의 온상으로 꼽혔던 해외 자원개발사업의 멍에를 벗고 향후 정책의 추진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게 정부가 내세운 표면적 명분이다. 하지만 해외 자원개발사업이 이명박 정부의 핵심정책이었던 만큼 이번 실태조사가 MB정권 적폐청산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해외 자원개발은 ‘적폐 청산’의 하나로 천명하고 관련 테스크포스팀(TF) 조직 등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3일 ‘해외 자원개발사업 실태조사’ 외부용역을 발주 공고했다. 이번 용역은 자원개발 3개 공기업의 해외 자원개발 프로젝트의 현황과 문제점을 파악한 뒤 타당성 재평가 대상과 가이드라인을 개발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와 관련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자원개발의 거버넌스도 새로 정립하는 등 자원개발 정책 전반을 뜯어고치겠다는 게 산업부의 방침이다. 용역은 내년 6월까지 수행된다.


이를 두고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자원개발 3개 공기업이 보유한 81개 사업의 실태조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예정”이라며 “각 사업의 타당성을 전면 재검토해 그동안 논란이 돼온 해외 자원개발사업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려는 게 목적”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첫 번째 목표는 주먹구구 방식으로 진행된 ‘부실’ 투자를 가려내는 것이다. 지금껏 이 같은 부실투자 탓에 해마다 해외 자원개발을 두고 비리의 온상인 ‘묻지마’ 투자라는 비난이 끊이지 않았고, 이는 다시 또 이명박 정권을 겨냥한 정치적 공세로 이어지곤 했다. 이를 끊어내고 ‘개점휴업’ 상태에 놓인 해외 자원개발의 시동을 다시 걸기 위해서 각 사업 타당성의 전면 재검토를 통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5년 감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자문사로부터 G 사업의 채굴활동 금지 가능성에 대한 자문을 받고도 이를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았다. 한국석유공사도 2010년 B 사업 인수에 따른 부채비율 증가 등 재무 영향에 대한 검토도 없이 사업을 추진해 604억원의 이자를 물어야 했다. 3조1,000억원으로 예상됐던 2008년에서 2014년까지 해외 자원개발 예상적자도 12조8,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이로 인해 자원개발 공기업이 짊어진 빚은 눈덩이처럼 불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도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석유공사의 이자 부담액은 2015년 결산 기준 자기자본인 4조2,000억원에 육박하는 3조2,300억원이다. 무분별한 해외 자원개발 투자로 2008년 이후 자원 3사가 부담해온 이자만 5조원에 달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2007년 103%였던 광물공사의 부채비율은 2015년 6,905%로 치솟았고, 급기야 지난해엔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2007년 64%에 불과했던 석유공사의 부채비율은 2016년 529%까지 올랐다. 가스공사도 같은 기간 부채비율이 228%에서 325%로 상승했다.


자원개발 공기업 3사(社)가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얻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감사원은 석유공사와 가스공사가 가진 해외 자원개발 프로젝트의 지분생산량 중 20%에 불과한 6만b/d(1일당 배럴)만이 비상시 국내 도입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당초 산업부는 79%인 23만6,000b/d를 들여올 수 있다고 전망했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자원개발 공기업 3사의 기대 현금수입도 당초 예상보다 14조5,000억원이나 밑돌았다.

관련기사



이렇다 보니 해외 자원개발을 놓고 ‘샤워실의 바보’라는 비아냥도 끊이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볼리비아 리튬 개발 사업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지난 2009년 포스코와 손을 잡고 볼리비아에서 리튬 추출 사업권을 따낸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해외 자원개발의 성공 사례라며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해외 자원개발사업에 ‘비리’라는 낙인이 찍혔고 볼리비아 정부의 계약조건 변경 요구 등이 겹치면서 광물공사는 결국 2013년 사업을 포기한다. 바로 그해 볼리비아는 중국과 리튬 배터리 공장 건설 계약을 맺는다. 그 이후 전기차 급증 등의 이유로 배터리의 주원료인 리튬 가격은 천정부지로 솟았고 포스코 등 우리 기업은 리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1516A08 메인


냉탕과 온탕을 오간 탓에 자원 개발률도 여전히 밑바닥 수준이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석유·가스자원 개발률은 15.5%로 2010년(10.8%) 대비 4.7%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이는 프랑스(105.0%, 이하 2010년 기준)와 중국(30%), 일본(24.7%)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해외 자원개발을 정상궤도에 올려놔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태헌 에너지경제연구원 자원개발전략연구실장은 “성공불 융자 등 자금지원이 예산안에 한 푼도 없었다가 1,000억원 생겼다가 다시 700억원으로 줄어드는 등 자원개발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며 “양적 확대를 목표로 한 탓에 신중치 못한 투자가 일어났지만 공기업들이 전략적 목표를 가지고 스스로 해외 자원개발을 결정할 수 있는 거버넌스부터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희귀 광물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등의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태헌 에너지경제연구원 자원개발전략연구실장은 “성공불융자 등 자금지원이 예산안에 한 푼도 없었다가 1,000억원 생겼다가 다시 700억원으로 줄어드는 등 자원개발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며 “양적 확대를 목표로 한 탓에 신중치 못한 투자가 일어났지만 공기업들이 전략적 목표를 가지고 스스로 해외 자원개발을 결정할 수 있는 거버넌스부터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가 정략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이명박 정부의 해외 자원개발사업 등 지난 정권 국정운영의 문제점 73건을 적시한 적폐 리스트를 작성한 바 있다. 해외 자원개발사업의 부실 여부를 검증하는 민관합동 TF를 만드는 등 관련 대책을 세우기 위해 당정협의 추진방안도 세운 것으로 알려진다. 부실 덩어리가 된 사업을 구조조정하는 과정에서 그간 주먹구구식 사업 추진의 실태가 드러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관련자들의 비위행위도 추가로 적발될 수 있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도 인사청문회 당시 “과거 해외 자원개발사업의 부실 원인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말한 바 있다.

산업부가 확대해석을 경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실태조사 결과가 MB정권의 겨냥할 경우 다시 한 번 해외 자원개발이 비리의 온상이라는 낙인이 찍히면서 당분간 정책의 추진 동력도 찾기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산업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사업인 만큼 객관적인 수치를 통해 냉정하게 평가하자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상훈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