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울산 발전 위해 애썼지만…향토 기업인 '닮은꼴 추락'

이두철·고원준 전 울산상의 회장

카지노 도박·회삿돈 횡령에 실형

지역 경제계 거목 잔혹사에 '씁쓸'

이두철 전 울산상공회의소 회장이두철 전 울산상공회의소 회장




고원준 전 울산상공회의소 회장고원준 전 울산상공회의소 회장


‘회삿돈 횡령, 카지노 도박…성공한 기업인들의 씁쓸한 말년’


울산의 대표 향토기업을 일군 기업인이자 울산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낸 이두철(72) 씨가 최근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 경제계가 술렁이고 있다. 필리핀 마닐라의 한 호텔에서 카지노 도박자금 20만달러를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후배에게 빌린 뒤 갚지 않아서다. 이 전 회장은 지난 2014년에도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죄수복을 입기도 했다

이 전 회장이 한때 울산을 대표하는 기업인이었다. 그가 1974년 설립한 삼창기업은 원자력 발전설비와 정비기술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한때 수질 분석설비를 제조하는 이룸기술 등 7개 자회사와 TV 부품개발을 담당하는 중국 SPC 등 9개 해외법인을 거느리기도 했다. 그는 또 국립 울산과학기술대(UNIST) 유치와 개교에 크게 공헌하고, 2007년 이 학교의 초대 이사장을 맡아 2대까지 연임하는 등 지역 교육발전 분야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이와 같은 왕성한 활동 덕에 그는 대한상의의 ‘대한민국 신뢰받은 CEO 대상’(2008년), 제9회 울산시민대상(2010년)을 수상하는 등 울산을 대표하는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횡령 혐의로 구속된 이후엔 계속 내리막길로 지난날의 명성을 이용해 젊은 중소기업인의 돈을 가로챈 인물로 전락했다. 그는 아직도 돈을 갚지 않고 있다.

관련기사



불미스러운 일은 이 회장의 전임인 고원준(1943~2013) 전 울산상의 회장과 닮은꼴이다. 고 전 회장은 고기업 전 울산상의 초대회장의 손자이자 고태진 전 대한축구협회 회장의 아들로 명문가 출신이다. 1981년 민주정의당 소속으로 38세에 11대 국회의원을 지낸 그는 1997∼2005년 12∼14대 울산상의 회장을 지냈다.

그러나 고 전 회장은 2003년부터 강원도 정선 카지노에서 고리의 도박자금을 빌렸다가 채권자들의 독촉을 받자 당시 회장과 사장으로 있던 울산상공회의소 자금 39억원과 한주 자금 40억원을 횡령하거나 임의로 사용한 혐의 등으로 이듬해 8월 구속됐다. 하지만 그는 한 달 뒤 병보석으로 풀려나 1심 선고를 앞두고 같은 해 12월 잠적했다. 고 전 회장은 도피 6년 만인 2010년 일본에서 자수 의사를 밝히고 입국했다. 2012년 말 병보석으로 구속집행이 정지된 뒤 치료를 받던 고 전 회장은 2013년 2월 결국 자택에서 쓰러져 생을 마감했다.

두 회장 모두 성공한 기업인이었으나 도박과 회사 자금 횡령이란 공통점을 갖고 씁쓸한 말년을 보낸 인물로 기억되고 있다.

울산=장지승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