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규제에 날아간 일자리] 대형몰 1곳이 5,000명 고용하는데... "일자리 외치며 일자리 막는 셈"

신세계·홈플러스 등 내년 증발하는 일자리만 수만개

"최저임금·정규직 전환 겹쳐 고용축소 악순환 우려"

2015A03 일자리와상충되는정부정책


지난 8월 경기 고양에 문을 연 ‘스타필드 고양’은 하루 평균 방문객이 9만여명에 이른다. 그러다 보니 직원이 많이 필요하다. 스타필드 고양의 신규 고용인력은 약 3,000여명에 달한다.

하지만 내년에는 새롭게 문을 여는 스타필드가 없다. 2019년과 2020년을 목표로 추진했던 경기 안성과 인천 청라 스타필드 사업은 불투명하다. 각종 유통규제가 내년 시행을 앞둔데다 이에 편승한 지방자치단체가 사업재검토를 요구하면서 신규 출점의 길이 사실상 막혔기 때문이다.


정부의 유통 규제가 업체들의 목을 죄면서 일자리 수만개가 사라지게 됐다. 당정이 추진 중인 △전통시장 인근 유통시설 출점 원천봉쇄 △출점 시 인접 지자체와 합의 △월 2회 의무휴업 확대 △파견비용 50% 이상 유통업체 부담 등의 규제가 신규 백화점 ‘제로’와 아웃렛 출점 최소화라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서비스업 혁신 주저가 겹치면서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고용을 늘리는 게 아니라 줄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제 탓에 내년 증발하는 유통가 일자리만 수만개=당장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대법원 판결로 영업권이 롯데로 넘어간 인천점을 대신할 점포를 찾지 않고 있다. 내년 신규 출점도 없다. 현대백화점도 마찬가지다. 신세계는 올해 스타필드 고양 팩토리스토어와 시흥프리미엄아웃렛을, 현대백화점은 현대시티몰 가든파이브점을 개장하면서 출점을 멈추지 않았지만 내년에는 이들의 간판을 단 새 점포는 찾을 수 없다.

지난 2015년 7월 마산점을 끝으로 백화점 출점을 멈춘 롯데백화점도 내년에 추가 점포를 내지 않기로 했다. 롯데아울렛 군산점과 용인 프리미엄아울렛 같은 아웃렛 2곳은 개장할 계획이지만 지난해 하반기에만 롯데아울렛 의정부점·진주점·남악점, 롯데몰 은평점을 열던 것과 차이가 있다.


국내 백화점의 경우 한 점포당 대형점 5,000명, 중소형점 2,000~3,000명, 아웃렛 1,000명 정도가 근무하고 있다. 대형 백화점·쇼핑몰이 하나 문을 열면 최대 5,000여명의 일자리가 생기는 셈이다. 롯데백화점을 비롯한 3개 업체의 올해와 과거 출점 실적을 고려하면 내년에만 일자리 수만개가 사라지는 셈이다. A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12월이면 기존 매장 매출 신장과 신규 점포 계획을 포함한 매출 계획안을 몇 개씩 준비해야 되는데 규제 법안들이 정리가 안 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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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출점에 몸을 사리는 것은 대형마트도 마찬가지다. 홈플러스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출점 ‘제로’를 예고했다. 올해 롯데마트는 양평점·서초점·김포 한강점·대구 칠성점 등을 개점하며 적극적인 확장을 꾀했지만 내년에는 양평점·두호점 외 새 출점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B대형마트 관계자는 “상생 등 유통규제 때문에 신규 출점 계획을 세우기는 무리”라며 “현재 발의된 유통 관련 법안들은 재래시장을 살리는 법안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선의(善意)는 인정하지만…결국 일자리 위축으로 이어지는 정책=다른 분야도 상황은 비슷하다. 통계청의 10월 고용동향을 보면 아파트 경비나 청소업·콜센터 등 사업시설관리 및 서비스업의 일자리 2만7,000개가 줄었다. 숙박 및 음식점업에서도 2만2,000명이 감소했다. 이를 두고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서울지역 아파트 경비노동자 고용안정·처우개선 추진위원회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전국적으로 1만명이 넘는 경비원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10% 상승하면 서비스업에서는 상용직이 될 확률이 약 6.6% 감소한다. 소득주도 성장론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소비증가→경기활성화’의 선순환으로 가는 게 아니라 ‘최저임금 인상→고용축소→소비위축’의 악순환으로 가는 것이다. 김영민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서비스업은 최저임금의 변화에 따라 임금상승이라는 긍정적 효과와 상용직이 될 확률이 감소하는 부정적 효과가 함께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새 정부에서는 규제 완화와 신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 길도 막혀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11년 발의된 ‘서비스산업 발전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2030년까지 일자리가 최소 15만개에서 69만개까지 만들어진다. 하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는 시민단체를 비롯한 지지층 반발에 서비스산업 육성은 손도 못 대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청년 취업난을 가중시키고 있는데 지난달 청년층 실업률은 8.6%로 1년 전보다 0.1%포인트 올랐다. 국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우선 최저임금의 경우 산입범위를 조정해 상여금이나 현물급여, 수당 같은 복리후생비를 포함시켜야 한다”며 “최저임금 인상 같은 소득주도 성장보다는 규제 완화와 신산업 육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경환기자 세종=김영필기자 ykh22@sedaily.com

윤경환·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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