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침묵 깬 北 신형 ICBM 도발] "핵미사일 고도화 마지막 테스트...美와 직접 담판하려는 노림수"

<서경 펠로·안보전문가 진단-김정은의 도발 의도는>

국제사회 강력한 제재이어 美 테러지원국 지정 반발

韓·中 관계 개선 움직임에 무력으로 강한 불만 표출

北 도발, 평창올림픽 전까지 겨울 내내 반복될 수도

조만간 ICBM 정각발사 예상...특사파견 등 접촉 시급



서울경제신문 펠로(자문단)와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북한이 29일 새벽 75일간의 침묵을 깨고 미국 전역을 사정거리로 삼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 발사에 나선 데 대해 핵기술 완성 마지막 테스트를 하는 동시에 북한을 대화 대상으로 보지 않는 미국을 향해 강력한 결기를 내보인 것으로 분석했다. 또 최근 한국과 중국이 관계 정상화에 시동을 걸고 있는 데 대해서도 무력 도발을 통해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평가했다. 아울러 70여일 앞으로 다가온 평창동계올림픽이 제대로 치러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몰아붙이기식 대북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전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노리는 최적의 수는 ICBM 성공 발사 뒤 핵보유국으로 선언한 후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이라며 “이번 ICBM 고각 발사를 통해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되면 조만간 정각 발사까지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양 교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일인 다음달 17일에 추가 도발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역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노림수에 대해 “그간 핵 실전능력을 90% 정도 가진 상태에서 미국과 협상해볼 생각이 있었던 것 같지만 최근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등 제재·압박만 강화하자 아예 완전히 핵을 보유하고 나서 미국과 조건 없이 대화하겠다는 쪽으로 생각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장 중요한 목적은 핵미사일 고도화 단계의 마지막 부분을 테스트하는 성격이 있다”며 “부가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동아시아 방문, 최근 미국의 테러지원국 재지정 문제와 관련해 미국에 대한 강력한 결기를 정치적 목적에서 재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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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75일 정도 도발을 중단한 상황을 우리 정부가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현시점을 보면 정부의 스텝이 꼬였다”며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상황 관리를 잘해야 했는데 이제 북한을 향해 윽박지를 수도 없고 사정할 수도 없어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이 같은 도발이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기 전까지 겨울 내내 주기적으로 반복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 수석연구위원도 “북한이라는 불량국가가 도발을 하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게끔 만든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불량국가가 도발을 안 하고 있으면 적어도 사탕(인센티브)이라도 줬어야 하는데 미국은 오히려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고 우리 정부는 미국이 좋아하는 정도로 기조만 맞춰줬다”고 말했다. 또 홍 위원은 “융통성을 가지고 북한을 설득해야 하고 미국에 대해서도 할 말은 해야 한다”며 “추가 제재를 가하는 것은 상황만 악화시킬 것이라는 점과 전략자산을 상시 배치하든, 전술핵을 조건부로 재배치하든 북한의 핵공격 시 미국이 반드시 보호해준다는 약속도 확실히 받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과 양 교수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제대로 치르기 위해 지금이라도 북한과의 접촉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논평을 통해 “북한은 문재인 정부가 주요 주변국들에 특사를 파견하면서도 북한에만 특사를 파견하지 않은 것에 대해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며 “특사를 통해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권유하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양 교수는 “올림픽을 잘 치르는 게 중요한데 대북특사를 보내는 등 남북 접촉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접촉은 약함의 표시가 아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물밑 접촉이라도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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