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서울시 동대문구 홍릉에 위치한 서울바이오허브. 지하 1층에서는 예비 창업자, 초기 창업자 10여 명이 액셀러레이터, 글로벌 바이오 기업 관계자로부터 자금 조달 방법을 듣는 데 한창이다. 창업 초기 누구나 겪는 자금난을 해결하는 방법부터 사업 성공을 위한 최적의 방법들이 오고 갔다. 같은 시간 위층에서는 존슨앤드존슨이노베이션이 주최하는 ‘서울 이노베이션 퀵파이어 챌린지’ 최종 결선이 열렸다. 바이오·의료 분야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 및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경쟁을 통해 최종 선택을 가리는 자리다. 존슨앤드존슨의 멘토링 지원 등을 받아 사업으로 이어지기 위해 참가자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발표에 나섰다.
서울시가 한국 바이오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10월 개소한 ‘서울바이오허브’의 모습이다. 서울바이오허브는 예비 바이오창업자들을 위해 벤처캐피탈, 다국적 제약사, 글로벌 바이오 기업 등을 섭외해 노하우 및 지원을 집중하고 있다. 내년 실험 시설까지 완공되고 나면 서울바이오허브에서 바이오 열기는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서울바이오허브는 다양한 행사들이 연말까지 줄지어 예정돼 있다.
이번 달에 글로벌 제약사인 한국릴리와 오픈이노베이션 데이를 열고 외부 연구자들이 릴리의 신약 개발 프로세스에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예비 창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교육, 바이오 특허 역량 강화 교육 등도 열릴 예정이다.
현재 서울바이오허브에는 기업들이 입주해 사무실로 활용하고 네트워킹을 쌓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실명 예방을 위한 진단 치료 플랫폼을 개발하는 씨엠랩, 차세대 방사선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씨에이티빔텍, 엑소좀 기반의 단백질 약물 전달 기술을 개발하는 셀렉스라이프사이언스 등 총 10여 개 바이오 스타트업과 입주를 논의하고 있다. 개인 실험실 등이 들어갈 신관은 내년 8월 완공될 예정이다.
서울바이오허브를 중심으로 대학교가 위치해 있는 모습/사진캡처앞서 서울시는 서울바이오허브를 통해 바이오 관련 창업인프라를 총괄하고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 구심점으로 육성할 것을 제시했다. 바이오 분야 기존 클러스터인 오송, 판교 등에 이어 홍릉을 바이오 창업의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자금도 마련했다. 서울시는 연구장비 예산 150억원을 비롯해 초기 스타트업을 돕는 400억원 규모의 서울 바이오펀드를 조성해 투입할 예정이다.
클러스터로서 이곳의 지리적 이점은 뛰어난 편이다. 서울바이오허브를 중심으로 고대병원·경희의료원·서울대병원 등 병원이, 경희대·고려대·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대학 등 대학이, 한국과학기술연구원·한국과학기술정보원 등 연구원이 위치해 있다.
연구원, 대학, 병원 등이 밀집한 곳에 바이오 클러스터가 조성해 바이오 창업 열풍을 선도하는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클러스터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바이오허브 관계자는 “클러스터는 병원을 중심으로 형성돼야 창업 및 연구 지원이 활발할 수 있다”면서 “그런 점에서 홍릉은 다른 지역의 클러스터보다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벤처 기업 중심의 판교, 바이오시밀러 기업 중심의 송도, 정부 기관 중심의 오송과 비교했을 때 충분히 바이오 클러스터로서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서울바이오허브는 태평양 등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 변리사 등이 상주해 예비 창업가, 초기 창업가를 대상으로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바이오텍, 대학, 병원, 글로벌 대형 제약사 등을 연결하는 에코 시스템이 없었다”면서 “존슨앤드존슨 등이 참여하는 서울바이오허브가 이를 깨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