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은 최근 1,080원 선 붕괴도 경험했지만 역사적 저점은 아니다. 지난 2015년 4월에는 1,060원대로 하락해 최근 3년간 최저점을 기록하고 있으며 2014년에는 1,007원까지 내려앉은 적도 있다. 최근 환율이 단기간에 급락한 데는 복합적 이유가 작용했다.
하반기에 북한 핵 도발 이슈가 불거졌으나 최근 잠잠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하락했다. 올해 1·4부터 3·4분기 사이에 미국 달러화는 약세를 나타냈지만 북한 리스크 때문에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1,130원 선에서 안정을 보였다. 그러나 북한 리스크가 잠잠해지면서 원화가치 상승을 억제하는 요인이 사라졌다. 또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 신호를 보내면서 원화가치가 더욱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코스피·코스닥이 박스권을 돌파해 외국인 투자 자금이 늘어나면서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공급이 우위를 나타냈다는 분석이다.
이제 투자자들의 관심은 원·달러 환율 추가 하락 여부와 상승 가능성이다. 3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은 2018년 전망 보고서를 통해 1,000원~1,180원 수준에서 환율이 변동성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메리츠종금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환율이 연평균 1,050~1,080원에 머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삼성증권 역시 상반기 중 1,000~1,050원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2018년 말 기준으로는 기존 1,200원보다 낮아진 1,1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위험자산 선호가 지속되고 있고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어 2018년 상반기까지 원화는 추가적으로 강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상반기에는 환율이 1,000~1,050원 수준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지만 2018년 하반기에서 2019년으로 갈수록 미국의 금리인상 지속과 주요국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인한 신흥국 자산선호 약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조금씩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환율이 과도하게 급락한 만큼 단기적으로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란 의견도 제시된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28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해 한반도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재부각 됐고 외국인이 주식을 순매수했는데도 오히려 원·달러 환율은 상승했다”며 “북한 리스크에 대한 금융 시장 참가자들의 낙관론이 커졌고 외환시장에서 원화 강세 심리가 그만큼 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다만 현재 환율 하락은 주변국 및 신흥국 통화와 비교할 때 과도하고 외환시장에서 지나친 쏠림의 결과로 지속이 어렵다”며 “국내 기준금리 인상이 연속적이지 않을 경우 원·달러 환율이 안정을 되찾아 최근의 낙폭을 만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문가들이 과거 고점인 1,200원대까지 환율이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다소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으면서 투자자들은 추가 하락을 기다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국내 주요 증권사의 강남 지역 담당 프라이빗뱅커(PB)는 “노후를 대비하는 투자자일수록 자산의 20% 가량을 달러로 투자하는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면서도 “현재 달러가 저점이 아니라는 의견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분할 매수해 1,100원대에 매도하거나 혹은 장기투자로 고점 돌파를 노리는 방식을 권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