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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C, 러시아 평창올림픽 출전 금지]말도 못하고 새우 등 터진 평창…'스포츠 대통령' 빈자리 컸다

이건희 사퇴 後 선수위원 1명뿐

퇴출 결정과정 손 놓고 쳐다만 봐

"중재로 타격 줄일수 있었는데…

IOC위원 양성에 소홀" 지적도

NHL 불참 이어 러 도핑 후폭풍

중계권료 수익 등 쇼크 불가피

6일 IOC 본부 밖에서 한 여성이 러시아 국기를 흔들고 있다. 평창올림픽에서는 러시아 국기를 볼 수 없다. /로잔=AP연합뉴스6일 IOC 본부 밖에서 한 여성이 러시아 국기를 흔들고 있다. 평창올림픽에서는 러시아 국기를 볼 수 없다. /로잔=AP연합뉴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러시아의 ‘고래 싸움’에 평창 올림픽은 손 놓고 있다 등 터진 새우 꼴이 되고 말았다.

IOC는 6일(한국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집행위원회를 열어 국가 주도의 도핑(금지약물 복용) 스캔들을 일으킨 러시아 선수단에 대해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금지했다. 집행위원 15명과 함께 이 같은 결론을 내린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이번 도핑 사태는 올림픽 게임과 스포츠의 진실성에 대한 전례 없는 공격이었다. 청렴한 운동선수를 보호하는 동시에 이번 체계적인 조작에 상응하는 제재를 내렸다”면서 “이번과 같은 사태는 다시는 되풀이돼서는 안 되며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주도하는 효과적인 반도핑 시스템을 위한 촉매제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 직전부터 국가 주도의 조직적인 도핑 조작 의혹을 받아왔다. 당시 IOC는 각 종목 단체에 개별적으로 러시아의 올림픽 출전 금지를 결정하도록 떠넘겼고 육상과 역도를 뺀 대부분의 종목에서 러시아 선수들은 정상적으로 올림픽에 참가했다. 그러나 도핑 스캔들의 중심이 동계올림픽인 2014년 소치 대회였던 만큼 IOC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초강수를 꺼내 들었다. IOC가 특정 국가의 올림픽 참가를 금지한 것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이후 처음이다. IOC는 남아공의 흑백분리정책(아파르트헤이트)을 지적하며 1964년 도쿄 올림픽부터 1988년 서울 올림픽까지 참가를 금지했다. 그러나 도핑 문제가 원인이 된 사례는 러시아가 처음이다. 도핑을 인종차별만큼이나 중대한 사안으로 판단했다는 얘기다.


IOC는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에 1,500만달러(약 162억2,000만원)의 벌금도 부과했다. WADA와 독립도핑검사기구(ITA)의 엄격한 심사를 통과한 선수의 경우 국가가 아닌 개인 자격으로 출전하는 길은 열어놓았지만 러시아가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러시아 국기 게양과 국가 연주를 허용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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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을 두 달여 앞둔 평창 올림픽은 흥행에 직격탄을 맞게 됐다. 평창 올림픽은 이미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소속 전원 불참이라는 대형 악재를 맞았다. 가족 숙소와 여행경비 등 최고 대우를 요구한 NHL은 IOC가 다른 종목과의 형평성 문제를 들어 이를 수용하지 않자 참가 거부를 결정했다. 동계스포츠의 꽃이라는 아이스하키에서 스타 플레이어들을 볼 수 없게 되면서 해외 입장권 판매와 중계권 수익에서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여기에 동계스포츠 5강(러시아·노르웨이·미국·오스트리아·독일) 중 하나인 러시아가 참가하지 않는다면 ‘세계 최고 수준 선수들의 경쟁’이라는 올림픽의 권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피해를 개최국인 우리나라가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데도 우리는 이번 결정 과정에서 사실상 아무런 목소리도 낼 수 없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 8월 와병을 이유로 IOC 위원에서 사퇴한 뒤 한국 국적 IOC 위원은 올림픽 탁구 금메달리스트인 유승민 선수위원 한명뿐이다. 선수위원은 선수 권익 보호가 주된 업무이고 IOC의 주요 결정, 거물급 인사들과의 교류 등 보다 중량감 있는 역할은 ‘스포츠 대통령’으로 불리는 IOC 위원이 맡는다. 체육계 현장의 한 인사는 “우리나라에 IOC 위원만 있었더라도 개최국의 타격을 최소화하는 중재안을 IOC와 러시아 사이에 제시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국가 연주는 못하더라도 개막식 때 국기는 들고 입장할 수 있게 해준다든가 하는 방안이 그런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7월 청와대를 예방한 바흐 위원장에게 한국인 IOC 위원을 늘려줄 수 있느냐고 문의했으나 확답을 받지 못했다. 정부가 그동안 올림픽 개최 준비에만 몰두한 나머지 스포츠 대통령 양성에는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림픽이 열리는 시점에 개최국에 IOC 위원(선수위원 제외)이 전무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한 관계자는 “공정한 올림픽을 지향하는 IOC의 결정 과정에 우리 정부가 나서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아직 개인 자격의 참가 가능성이 열려 있는 만큼 외교부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러시아 정부를 설득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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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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