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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 “비극 속의 행복”…‘네멋’ 양동근과 ‘보그맘’ 양동근의 차이

양동근은 달라졌다. 연기하는 양동근도, 힙합하는 양동근도 모두 달라졌다. 그건 꽤 흥미로운 일이다. 한 연예인의, 남자의, 가장의 변화엔 분명 의미 있는 깨달음이 담겨있다.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M아카데미에서 양동근과 만나 MBC 예능드라마 ‘보그맘’ 종영 인터뷰를 가졌다. 명목상 드라마 인터뷰이기는 했지만 워낙 취재진과 만날 기회가 적은 탓에 인생 전반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간 시간이었다.




/사진=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사진=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지난 1987년 아역 배우로 데뷔한 양동근은 ‘탑리’ ‘서울 뚝배기’ 등을 거쳐 MBC ‘논스톱’ 시리즈에서 ‘구리구리’라는 캐릭터로 존재감을 확실히 알렸다. 2002년에는 두고두고 회자될 인생작을 만났다. MBC ‘네 멋대로 해라’에서 고봉수 역을 맡아 이나영과 호흡을 맞춘 것. 이후 MBC ‘Dr.깽’, KBS2 ‘아이 엠 샘’ 등 브라운관은 물론, 영화 ‘와일드 카드’ ‘바람의 파이터’ ‘그랑프리’ 등 스크린에서도 꾸준히 활약했다.

양동근은 자신의 20대를 “방어적인 시기였다”고 표현했다. “인터뷰의 필요성도 몰랐다. 내 것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회성 약한 아이었다. 대화에 취약했다. 제 자신을 지키는 일이 너무 중요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그런 것이 의미 없어졌다”는 그는 정확히 “결혼을 기점으로 달라졌다”고 회상했다.

2013년 결혼을 발표한 양동근은 지난 4월 득남한 것을 포함해 슬하에 2남 1녀를 두게 됐다. 세 아이의 아버지가 느끼는 무게감은 이전과 다를 수밖에 없다고. “책임감이 생겼고 상대방을 존귀하게 여기자는 마음이 들었다. 관계를 귀하게 여기게 됐다”고 털어놨다.

‘보그맘’에 출연할 수 있던 것도 어찌 보면 아버지가 됐기 때문이다. 사실 양동근은 ‘논스톱’의 ‘구리구리’라는 캐릭터를 싫어했다. 영화도 하고 음악도 해야 하는데 그 캐릭터가 굉장히 거슬렸단다. ‘논스톱’처럼 시트콤적 성격이 강한 ‘보그맘’에 출연해 로봇과 사랑하는 연기를 하는 것도 이전 같으면 쉬운 일이 아니었을 터. 양동근은 다양한 역할을 받아들이게 된 배경으로 ‘생계형 배우’라는 단어를 꺼냈다.

“배우는 두 부류가 있다.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연기를 못하는 배우와 받아들여지지는 않으나 이런 저런 노력으로 연기를 해내는 배우다. 예전의 저는 진정성을 되게 따졌는데 이제는 바뀌었다. 전자로 살려니까 캐릭터를 맡는데 한계가 있더라. 공감이 안 가도 연기를 할 수 있는 생계형 배우가 된 거다.”

/사진=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사진=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그러기까지 누구도 짐작 못할 내면의 충돌이 있었음은 당연지사. 양동근은 이를 버텨냈고 어렸을 적 이해하지 못했던 생계형 배우의 위대함을 알게 됐다. “이전까지 스스로를 예술가랍시고 작품을 했다면 이번에는 정말 생계를 위해 일을 했다. 예전처럼 하지 못해서 아쉽다는 생각은 배설물에 불과하다. 선배들의 길을 답습하고 따라간다는 것이 더 큰 의미가 됐다”는 대답에서 그동안의 내적갈등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다.


1987년 데뷔했으니 어느덧 데뷔 30주년이다. 다만 워낙 어려서부터 일을 한 탓에 일한 지 몇 년 됐다는 것을 세지 않고 있다고. 오히려 내년에 맞이할 40세에 대한 마음가짐을 일찍부터 준비했단다. ‘남자배우는 40세부터’라는 10대부터 들어온 탓이다. 30년을 40세가 되기 위해 기다려왔으니 이제 배우로서 시작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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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방증하듯, 양동근은 올해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MBC ‘미씽나인’을 시작으로 오디션 프로그램 ‘고등래퍼’와 예능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 인 코모도’에도 출연했다. 얼마 전 끝낸 ‘보그맘’까지, 그야말로 쉴 틈 없이 달려왔다. 양동근은 ‘다작’이라는 수식에도 현실적인 이유를 붙였다. 며칠 전 대리운전 기사 분과 나눈 이야기가 곧 그의 마음이었다.

“원래 자영업을 하시는데 고등학생 아들이 학원을 보내달라고 한 이후로 대리운전까지 하신다더라. 저도 그런 느낌이다. 배우로서 다작이라기 보단 가족을 위해서 일을 하는 거다. 일이 없는 시간이 한두 달 이어지면 정말 힘들다. 외줄타고 살얼음판 걷는 기분이다. 앞으로 무슨 일이 올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하루하루 열심히 할 생각이다.”

연예계 생활을 이어오며 얻은 것은 ‘인생은 예측 가능하지 않다’는 깨달음. 양동근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완전히 내려놨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면서 어떤 시간을 보낼지 모르겠지만 그것들이 저를 만들어갈 거다.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며 흘러가는 대로 가겠다”고 의연한 면모를 드러냈다.

/사진=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사진=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이 바탕에는 ‘네 멋대로 해라’라는 작품이 있다. 잊어버릴 즈음되면 다시 ‘네멋’ 이야기가 나오니 “대단한 작품이었구나”하고 매번 느낀다고. 양동근은 “배우로서 필모그래피에 ‘네 멋대로 해라’가 있으니 더 좋은 작품에 욕심을 내지 않아도 되겠구나 싶다. 죽어서도 남을 것 같다. 그 작품을 하고 일찍 죽었으면 제임스 딘 같았겠다”고 농담을 던졌다.

배우로서 긴 시간을 달려오고 있는 양동근은 동시에 힙합 가수이기도 하다. 2001년 1집을 발매한 이후 연기 활동과 음악 활동을 병행해왔다. 지난해도 싱글 앨범 ‘Don’t Go’를 발매했으며,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인 Mnet ‘쇼미더머니’와 ‘언프리티 랩스타’ ‘고등래퍼’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다른 래퍼들처럼 양동근도 초반에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거부감을 가졌다. 음악가로서 상업성과 타협을 할 것이냐의 문제였다. 그는 “현실이 닥치면 예술이고 뭐고 상관이 없다”며 “‘쇼미더머니’가 큰 시장성을 띄고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거다. 우물 안에만 있었다면 거부감이 계속 됐겠지만 강이 흘러 바다로 간다고 생각하니 큰 움직임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고 마음의 변화를 설명했다.

여러 번 변화를 겪으면서 연예계 생활이 항상 행복하지는 못했다. 꿈에 그린 것과 현실에서 갭을 느꼈을 때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양동근은 “우리나라 연예인 삶은 X같다”고 다소 직접적인 어휘로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이를 먹으면서 부정적인 것보다는 긍정적인 것을 바라보고 진취적으로 살게 됐다고. 그것이 ‘네 멋대로 해라’를 연기하는 양동근과 ‘보그맘’을 연기하는 양동근의 차이다.

“행복하냐는 질문이 가장 어렵다. 저 혼자 있을 때와 수장이 됐을 때의 만족이나 행복의 척도는 너무 다르다. 이거는 해봐야 된다. 말해도 모를 거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나서의 제 현실을 객관적으로 보면 비극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안에서 찾아가는 행복이 있다. 처절한 비극 속에서 찾아내는 한 가지 희망, 빛. 이런 것들이 현재 저에게 굉장히 큰 의미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양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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