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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①] 양세종 “연기 어려울수록 대본에 집중…답은 그곳에 있다”

양세종은 독특한 매력이 있는 배우였다. 진지한 듯하다가도 어느 사이엔가 유쾌해지고, 또 조근조근 말을 이어가는 데, 어느덧 끊임없는 수다가 이어지는 양세종과의 대화는 즐거웠고 좋은 의미로 ‘종잡을 수’ 없었다. 단순하게 틀이 정해져 있는 전형적인 인터뷰가 아닌, 사람냄새가 가득한 대화가 내내 이어졌다는 뜻이기도 했다.

지난해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도인범역으로 안방극장에 ‘혜성’처럼 나타난 양세종은 데뷔 1년 만에 드라마 주연까지 꿰찬 신인 배우이다. ‘낭만닥터 김사부’ 이후 SBS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 OCN 드라마 ‘듀얼’에 이어 최근 종영한 SBS ‘사랑의 온도’의 주인공 온정선까지 양세종은 2017년을 참으로 알차고 또 부지런하게 달려왔다.




사진=굳피플엔터테인먼트사진=굳피플엔터테인먼트


갑작스럽게 높아진 인기와 관심에 자칫 중심을 잃을 수도 있었지만, 양세종은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았다. 도리어 자신보다 잘하는 사람들은 너무나도 많으며 부족하다고 말하는 겸손의 미덕까지 갖추고 있다. ‘사랑의 온도’가 종영된 이후 겸손하고 솔직한 청년 양세종과 이야기를 나눴다.

Q. ‘사랑의 온도’의 모든 촬영이 마무리 됐다. 소감을 들려 달라.

‘사랑의 온도’가 끝나는 날, 했던 생각은 단 하나였다. ‘잊자. 다 잊자. 무조건 털어내자’ 그래서 다음날이 되자마자 먹고 싶었던 모든 와인들과 음식을 엄청 먹었다. 원래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인데, 최대한 ‘사랑의 온도’가 준 감정을 털어내기 위해서 사람들과 끊임없이 만났다.

Q. ‘사랑의 온도’에서 서현진과 복잡한 감정을 나누는 사랑연기를 펼쳤다. 호흡은 어땠는가?

서현진 선배와 함께 맞춘 연기호흡은 무척이나 좋았다. 만약 온정선과 이현수의 모습이 좋아보였다면, 그건 온전히 현진선배의 힘이다. 현진선배는 자신 스스로를 극중 인물로 보이게 하는 힘이 있다. 그건 진짜 타고난 것이다. 연기를 하는 내내 서현진이 아닌 이현수로 보였으며, 덕분에 나도 온정선으로 집중할 수 있었다.

Q. ‘사랑의 온도’ 중반 즈음에 어린 시절 상처로 사랑에 대해 흔들리는 온정선의 모습이 그려졌었다. 쉬운 감정선이 아닌 만큼 연기하기 어려웠던 부분도 있었을 거 같은데, 그럴 때마다 어떻게 연기를 잡아 갔는가.

저는 무조건 ‘대본’만 붙들고 갔었다. 처음에 ‘사랑의 온도’의 대본을 봤을 때 작가님이 캐릭터들을 입체적으로 풀었을 뿐 아니라, 서사를 잘 써주셔서 감탄을 했던 기억이 있다. 모든 문제에 대한 답은 ‘대본’에 있었기에, 연기가 막힐수록 더욱 대본에 집중했다.

사진=굳피플엔터테인먼트사진=굳피플엔터테인먼트


Q. 사실 엄밀하게 말해, ‘사랑의 온도’의 대본이 아쉽다는 평이 많았다. 실제로 이 같은 평을 접했을 것 같은데, 연기하는 배우로서 ‘사랑의 온도’는 어땠는가.


제가 ‘사랑의 온도’의 대본을 좋아했던 이유 중 하나는 이들의 대화가 현실에서도 실제로 일어나는 것들이라는 사실이었다. 이를 테면 보통 연인들은 ‘밥 먹었어?’ ‘어 먹었어’와 같은 일상적인 대화를 하다가 뜬금없이 ‘사랑해’라고 고백할 때가 있다. 그러면 상대방은 ‘갑자기 왜 이래?’라고 답하고…‘사랑의 온도’ 속 대사가 꼭 그러했다. 그리고 작가님이 첫 회 부터 그러한 대사가 나오기까지 감정을 갈 풀어내 주셨다. 모든 대사는 그냥 나오지 않았다. 당연히 따라오는 감정이 있었기에, 최대한 대사가 주는 감정들을 계속 가지고 가려했다. 물론 저는 온정선이 아니기에, 온정선에 대해서 이해가 안 되는 순간이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럴 때면 또 대본을 봤고, 그렇게 연기를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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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사랑의 온도’ 속 온정선과 이현수의 사랑에 공감이 가던가. 특히 온정선의 경우 이현수를 보자마자 ‘사귀자’로 고백했다. 이런 사랑이 공감이 가던가.

현실에서는 그 것보다 더한 인간관계도 일어난다. 제가 아는 사람 중 상대방과의 첫 만남에서 ‘사귀자’가 아닌 ‘결혼합시다’라고 청혼한 형이 있었다. 그거에 비하면 정선이는 양반 아닌가.(웃음) 정선이보다 더 한 사람을 실제로 봤기에 연기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고, 다양한 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이기에 그럴 수 있다고 이해했다.

Q. 양세종의 사랑방식은 온정선의 사랑방식과 얼마나 비슷한가.

다르다. 양세종의 사랑방식과 온정선의 사랑방식은 크게 다르다. 저는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정선이처럼 다짜고짜 ‘사귈래요?’라고 말하지 않는다. 내가 ‘좋아한다’고 느끼는 감정이 진짜인지를 의심하고 또 의심한다. 계속 만나고, 대화하고,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상대방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이 들 때, 그제야 ‘사랑한다’고 말을 한다.

사진=굳피플엔터테인먼트사진=굳피플엔터테인먼트


Q. 극중 온정선은 이현수와 지홍아의 사랑을 동시에 받았다. 온정선의 선택은 이현수였는데, 만약 온정선이 아닌 양세종이라면 두 여자 중에서 누구를 선택하고 싶은가.

저는 1000% 이현수이다. 저는 살아오면서 이현수라는 캐릭터를 현실에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극중 이현수는 진짜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심지어 감사하지 않을 일에도 감사하는 여자였다. 어떠한 문제점이 닥칠 경우 이를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여자가 있다, 양세종이면 그냥 달려간다. 만약 양세종의 인생 속 이현수와 같은 그런 대상이 나타난다면, 저는 일이 아닌 사랑을 택할 것 같다.

Q. ‘일’보다 ‘사랑’이라는 소리인가.

저는 사랑이 좋다. 단순하게 이성과의 사랑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과 만남을 좋아한다. 연기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떠나보냈다. 대학교 때까지만 해도 제가 아무것도 가진 게 없더라도 저를 찾아주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연기를 시작하면서 골방작업을 하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기더라. 어느덧 핸드폰은 알람, 혹은 시계를 보는 용도로만 사용됐고, 문자가 와도 답장을 못하고, 심지어 3개월 뒤에 연락을 할 때도 있었다. 심지어 가족들에게도 그러더라. 그런 내 자신이 싫어서 바꿔보려고 했는데, 연기와 일상을 둘다 챙기려 했더니 도리어 모든 신을 다 망치고 그러더라. 그렇기에 훗날 진짜 사랑이 오게 된다면 사랑을 선택하게 될 것 같다.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금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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