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감정원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5명의 후보자를 추려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 제출했다. 이들 5명은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노동위원장인 정기철씨, 현재 원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변성렬씨, 한국주택토지공사 부사장 출신 H씨, 감정원 임원 출신 K씨, 또 다른 감정원 출신 A씨 등이다.
지난 10월 24부터 지난달 6일까지 진행된 원장공모에는 총 10명이 지원했으며 임추위가 지난달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5명을 선발했다. 이후 공운위 심사를 거쳐 2~3배수로 다시 추리면 국토교통부 장관이 청와대에 임명제청하게 된다.
그러나 공모절차 진행 전부터 정씨가 유력하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대구 출신 감정평가사인 그는 지난 20대와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구 수성구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같은 대구 출신이자 여권 실세인 김부겸 의원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씨는 지난 2014년 김부경 대구시장 후보의 선거대책본부 정책팀장을 맡았고 올해 치러진 대선에서는 문재인 당시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대구시민캠프 공동대표를 역임하기도 했다.
정치인 내정설에 대해 감정원 노조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민주당 험지인 대구에서 정치활동을 해왔다는 점에 대한 ‘보은 인사’ 차원에서 전문성이 부족한 인사를 낙하산으로 선임하려 한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는 “한국감정원은 부동산 정책 및 과세의 기초가 되는 부동산 통계·정보 관리 및 공시업무를 담당하는 중요 공공기관임에도 능력 감정원 업무에 대해 아는 바가 없는 지역 정치인을 낙하산 기관장으로 선임되면 통계 왜곡, 과세공정성 훼손 등의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노조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지역에서 시 위원, 국회의원 도전에만 전념해온 정치인이 감정원장으로 임명되면, 그 직위를 차기 정치 활동을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이외에도 또 5배수 안에 든 다른 감정원 출신 K씨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당시 낙하산 인사를 통해 감정원 임원으로 선임됐던 K씨는 과거 재직 당시 지원들에 대한 폭언과 욕설, 인격모독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국토부 출신 공무원들이 감정원장에 줄곧 선임돼 왔지만 ‘관피아’ 논란으로 유관 기관 취업이 엄격해지면서 이번에는 지원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낙하산’ 인사가 빠진 가운데 정권교체 후 정치권에서 논공행상식 기관장 자리 나눠 먹기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정권 교체로 인해 그동안 선임이 미뤄져 왔던 국토부 산하 기관장 인사가 속속 이뤄지고 있다. 코레일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도 지난 1일 사장 공모를 시작했다. 코레일은 홍순만 전 사장이 지난 7월 돌연 물러난 뒤 100여일 만에 후임자 선정 절차에 들어갔으며 HUG는 김선덕 현 사장의 임기가 종료(1월 8일)을 앞두고 공모절차를 실시한다. HUG와 코레일은 각각 8일과 14일까지 서류 접수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코레일의 경우 전직 M의원 등이 선임을 위해 뛰고 있는 등 두 기관 다 정치권 인사가 눈 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국도로공사는 지난달 30일 이강래 전 의원이 17대 사장으로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