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3일 발표한 임대주택 활성화 방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건강보험료 및 임대소득세 감면 등 눈에 띌 만한 유인책이 있지만 이런 인센티브가 8년 이상 장기 임대에 집중돼 있어 기대한 만큼의 효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다주택자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양도소득세 및 종합부동산세 부과 배제 기준을 5년 이상 임대(기준 시가 6억원 이하)에서 8년 이상 임대로 강화해 임대사업 등록 유인을 오히려 줄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8년 동안 쉽게 매각도 하지 못하는 대신 연간 200만원 정도의 혜택을 얻으려고 준공공임대사업자로 등록할 사람이 많을지는 의문”이라며 “다주택자들이 집값이나 임대소득이 그것보다 더 오를 것이라는 확신이 있는 만큼 임대사업 등록을 유인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조정대상지역에서 이번에 발표된 8년 이상 준공공임대사업을 하면 양도세 중과 배제, 장기보유특별공제, 종부세 합산배제를 해주므로 관련 세금 혜택을 노릴 수 있겠지만 이것도 6억원 이하 주택이라는 조건이 있어 대상 주택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이번 임대주택 활성화 방안이 3주택 이상자에 대해서는 유인 효과가 있을 것 같고 내년 4월 인프라가 마련된 후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면서도 “2주택자들은 시세차익 목적으로 구입한 경우가 많고 스스로 임대사업자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혜택이 대부분 ‘8년 임대’에 주어지는 상황에서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기는 애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임대사업자 등록의 큰 걸림돌로 꼽혀왔던 건강보험료 인하로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하겠다는 정부의 의도는 좋지만 임대사업자 등록에 따른 혜택이 8년 이상 준공공임대사업자에 집중돼 실효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며 “임대사업자 등록에 따른 혜택을 기대했던 다주택자들 입장에서는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시장의 변화가 심한 우리나라 특성상 8년 이상 여러 주택을 보유하는 것이 집주인 입장에서는 위험 부담이 높고 수도권의 경우 집값 및 임대료 상승폭이 크기 때문에 이번 대책의 혜택이 임대사업자 등록을 선택하도록 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기준 시가 6억원 이상, 전용면적 85㎡를 넘어서는 임대주택에 대한 세제 혜택은 미미하기 때문에 집값 상승 현상에 한몫을 하고 있는 중소형 주택에 대한 선호도를 더욱 높이고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이번 대책 발표를 계기로 다주택자들의 선택은 주택 보유 목적, 자금 여력 등 여건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임대수익을 목적으로 주택을 장기 보유하려는 사람에게는 임대사업자 등록에 따른 혜택이 크기 때문에 등록이 나을 것”이라며 “장기 보유 목적이라도 대출 부담이 큰 다주택자는 내년 4월 양도소득세 중과를 앞두고 보유 주택을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행되는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에서는 다주택자들이 임대사업자 등록을 고민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다주택자들이 투자 가치가 낮은 주택을 중심으로 처분을 고민할 것 같다”며 “특히 집값 하락 신호가 분명하고 정부의 보유세 인상 방침이 확정되면 매물을 내놓는 다주택자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 소장은 “다주택자들은 혜택 수준과 기준에 실망이 클 수밖에 없어 임대사업자 등록을 선택하기보다 ‘똘똘한 한 채’를 두고 다른 주택은 매도를 선택할 것 같다”며 “내년 4월 전까지 다주택자 매물이 쏟아지고 시장 불확실성이 커져 매수자는 많지 않아 거래는 되지 않는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대책이 오는 2019년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당장 주택 매매시장에 급격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진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정책은 강도가 그렇게 세지는 않기 때문에 앞으로 정부가 내놓는 추가 대책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시장이 서서히 방향을 잡아갈 것이고 당분간은 ‘눈치 보기 장세’가 연장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허 연구위원은 “이번 대책과 상관없이 내년에 입주물량이 너무 많아서 어차피 전월세시장은 안정화가 유지될 상황이었다”며 “2주택자들은 2019년부터는 월세를 전세로 돌리면 소득세·건보료 부과가 안 되기 때문에 추후 전세 비중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