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만명에 달하는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품 기획부터 생산, 유통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프로세스를 새롭게 접근하겠습니다. 옴니채널 전략을 활용해 오프라인 접점을 늘려 2020년에 1,5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입니다.”
온라인 쇼핑몰 ‘텐바이텐(10×10)’ 최은희(44·사진) 대표는 15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우리나라 10~20대 학생들을 보면 다이소에서 생필품을 싸게 사는 것에 만족하면서도 자신의 감각이나 취향을 나타낼 수 있는 디자이너 제품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경향이 강하다”며 “생활 수준이 높아질수록 고객들은 일반적인 유행보다는 나한테 맞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는 “텐바이텐은 이러한 변화 속으로 파고 들어 고객들이 자신의 기호(taste)를 발견하고, 그것을 의미 있게 발전시킬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텐바이텐의 상품수는 45만여 개, 누적 고객 350만여명, 입점 파트너 1만여곳에 달하며 올해 매출은 1,000억원(취급액 기준)을 돌파할 전망이다.
최 대표는 어릴 적부터 건축사가 꿈이었다. 평면에서 입체적인 건축물이 창조되는 과정이 신기하기만 했다. 건축사가 되겠다는 간절한 열망을 안고 한양대 건축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졸업 후 첫 발을 내디딘 곳은 삼성 계열의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였다. 건축사라는 꿈을 향해 정신 없이 달려가던 2000년 가을, 우연히 나간 동기 모임은 그녀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10년이 넘게 걸리는 건축 프로젝트 말고 고객과 실시간 소통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얘기가 오갔고, 온라인에서 인테리어 소품을 팔아보자는 아이디어가 장난처럼 나왔다. 대학 때부터 남다른 우정으로 ‘독수리 5형제’라는 별칭으로 불린 동기 5명이 뜻을 모아 창업에 나섰다.
2001년 10월 10일 ‘10가지 스타일로 10가지 즐거움을 준다’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텐바이텐’을 열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에 힘입어 히트작이 쏟아졌다. 이대 공예과 학생의 풍경 작품에 사탕을 넣어서 ‘세상에서 하나 뿐인 밸런타인 선물’이 탄생하는가 하면, 홍대 앞에서 도자기 주얼리를 만드는 김란영 작가가 친구에게 선물하려고 만든 컵에서 영감을 얻어 메시지 컵이 세상에 나왔다.
최 대표는 “텐바이텐은 디자이너들에게는 물건을 잘 팔 수 있는 곳, 고객에게는 자신의 기호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이 됐다”면서 “젊은 고객들은 작은 소품이라도 다른 사람과는 다른 것을 쓰고 싶은 욕구가 강하고, 이런 니즈를 제대로 공략한 것이 텐바이텐”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덴마크나 노르웨이에선 월급을 한 푼 두 푼 모아 디자이너 작품을 사 모으는 것을 취미로 하는 젊은이들이 많다”면서 “선진국일수록 자신의 개성과 취향에 맞는 디자인에 투자를 하고 이런 디자인 소품들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규정짓는 경향이 강해지는 만큼 우리나라도 이런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온라인몰에서 시작했지만 오프라인 접점을 통해 고객의 경험을 높이고, 이들과의 소통을 늘린다는 전략에서 오프라인 매장에도 진출, 현재 1호점인 대학로점을 포함해 10여곳에 달한다.
최 대표가 텐바이텐의 선장이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2013년이었다. 당시 GS홈쇼핑이 온라인사업 강화를 위해 텐바이텐의 지분 80%를 인수해 계열사로 편입됐다. 최 대표는 “규모의 경제로 진입하는 단계에서 필요에 의해 대기업의 손을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세계적인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처럼 좋은 제품에 대해 펀딩을 받거나 라이선스 판권을 확보해 새로운 제품군을 구성하는 방식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지금까지 쌓아온 350만명에 달하는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들이 어떤 디자인을 원하고, 어떤 제품을 선호하는지 분석한 뒤 제품 기획부터 생산, 유통에 이르기까지 새롭게 접근하겠다”며 “텐바이텐의 강점인 옴니채널 전략을 적극 활용해 오는 2020년 1,500억원으로 매출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