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차와 디젤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인식이 강하다. 연비에 무감각한 성향 탓이다. 디젤 엔진 자체에 대한 투자도 상대적으로 적고 디젤 엔진을 얹은 차량 종류도 많지 않다. 그러나 이는 선입견이었다. 한국GM이 지난달 출시한 올 뉴 크루즈 디젤 모델을 체험하면서 ‘아차!’ 했다. GM의 디젤 엔진은 유럽 시장을 담당했던 홀덴 브랜드를 중심으로 유럽의 GM 디젤 프로덕트 센터가 개발했고, 유럽에서는 ‘위스퍼 디젤’이라는 평가를 받았었다는 걸 깜빡했다.
지난 14일 서울 도심과 도시고속도로에서 올 뉴 크루즈 디젤 모델을 몰아 봤다. 차체는 가솔린 모델과 차이가 없다. 기존 크루즈 보다 길이가 25㎜, 휠베이스는 15㎜ 길어졌다. 그 만큼 실내 공간이 커졌다는 얘기다. 여기에 전면부의 대시보드 앞쪽이 넉넉하다. 준중형차급의 경쟁 모델보다 확연히 넓다는 느낌을 준다.
시동 버튼을 누르자 차체가 살짝 떨리면서 디젤 차라는 것을 알려줬다. 엔진음도 들리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가솔린 모델과 확연히 차별화되는 장점은 역시 가속력. 1.6ℓ CDTi 디젤 엔진과 3세대 6단 자동변속기는 최고 출력 134마력, 최대토크 32.6㎏·m의 성능을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녹색 신호에 맞춰 가속페달을 지긋이 밟으면 주변 차들을 압도하며 치고 나갔다. 1,365㎏의 상대적으로 가벼운 차체도 민첩한 주행 성능을 구현하는 데 한 몫 한다. 복합연비는 16.0㎞/ℓ로 가다 서다를 반복한 도심 주행에서도 10㎞/ℓ 이상의 연비가 계기판에 찍혔다.
기존 모델에 없던 첨단 장치들도 대거 탑재됐다. 오토 스탑&스타트 기능은 정차 중 디젤엔진의 소음과 진동을 없애 준다. 애플 카 플레이를 이용하면 센터페시아의 모니터가 스마트폰으로 변신한다. 내장된 보쉬 스피커가 제공하는 음질은 경쟁 모델에서 느낄 수 없는 수준이다. 안전 사양들 중에서는 전방 충돌 경고 시스템이 인상적이었다. 정체 구간, 차량 사이로 오토바이가 지나갈 때도 이를 감지해 경고음을 알려 줄 만큼 예민하다.
아쉬운 점은 가격. 트림별 가격은 2,249만~2,558만원이다. 경쟁차인 현대차 아반떼 디젤이 1,640만~2,427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다소 높다. 한국GM이 이달 진행 중인 연말 할인 프로모션에는 크루즈 디젤은 제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