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함께’는 저승에 온 망자가 그를 안내하는 저승 삼차사와 함께 49일동안 7개의 지옥에서 재판을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주호민 작가의 동명 인기 웹툰을 영화화했다. 극 중 차태현은 소방관이었다가 정의롭게 죽은 망자 자홍 역을 맡았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차태현에게 그간 작품과는 달리 이번 영화에서 웃음이 없어진 것에 대해 물었다. 늘 바르게 행동하고 정의를 구현하다 죽은 자홍은 과거에 가슴 쓰린 사연을 품고 있었다. 차태현은 영화 내내 회한과 슬픔에 사로잡힌 표정을 보인다.
이에 차태현은 “영화를 보고 내 모습이 낯설었다. 이게 안 어울리면 안 좋은 거고 새롭게 느껴지면 좋은 건데, 그런 영화를 해본 적이 없었다. 자홍의 그 톤을 계속 유지해야 했다. 나중에 보니 큰 무리 없이 받아들여졌다. ‘신파’ 반응도 있던데 이야기를 압축하다보니 자홍의 슬픈 사연을 보여주게 돼서 그런 것 같다. 어린 자홍과 최후의 자홍에서 울림이 컸다”고 말했다.
‘신과함께’를 통해 내면연기에 집중한 그는 이전 작품들에서 보인 ‘해맑음’과는 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15년 전부터 변신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있었다. 나도 그런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내 나름대로 영화를 선택할 때 코미디 안에서 기준을 정하면서 연기했다. 이 영화에서의 변신을 받아들여 주신다면 저는 땡큐다. 개인적으로 완벽한 변신은 악역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작품을 만나면 얼마든지 해보고 싶다.”
차태현은 지금까지 ‘엽기적인 그녀’ ‘연애소설’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 ‘투 가이즈’ ‘파랑주의보’ ‘복면 달호’ ‘바보’ ‘과속스캔들’ ‘헬로우 고스트’ ‘챔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전우치’ ‘슬로우 비디오’ ‘사랑하기 때문에’ 등 주로 로맨틱코미디, 코미디, 드라마의 작품을 선보여 오며 편안한 웃음과 감동을 주요 코드로 관객들을 공략해왔다.
자신만의 장르가 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는 “하다 보니 이런 장르가 많이 나온 건 맞는 것 같다. 얼마 전에 ‘섹션TV 연예통신’ 인터뷰를 하는데, 뒤에 붙인 내 포스터들을 보면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요 근래 장르에 대한 고민을 하고는 있다. 악역에 대한 변신이 힘들 수 있으니 역할은 비슷해도 안 해본 장르에서 연기하면 보시는 분들이 다르게 보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아직 와 닿는 건 없다. 드라마도 좋은 게 있으면 하고 싶다. 그런데 요즘에는 극 중에서 내가 죽거나 주위 사람이 죽는 시나리오가 많다. 40대에 들어가면 ‘죽음’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는 나이여서 그런 것 같다. 20살 때 데뷔했을 때도 크게 조바심내지 않았던 게, 10년간 주목받지 않아도 고작 30살이 되는 거라 생각해서였다. 데뷔 초에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일찍 잘 됐던 거다. 지금도 40대에 어떤 역할이 들어올지가 궁금하다.”
세월이 지나고 결혼과 육아의 과정을 거쳐서일까. 차태현은 멜로보다 가족, 아이 소재에 더 많이 공감을 하고 있었다. “이번 작품에서도 부모님과 관련된 눈물이 나와서 볼 때도 연기할 때도 공감이 많이 됐다. 내가 동생이 없어서인지 수홍(김동욱)이한테 하는 연기는 공감이 잘 되진 않았다. 남녀가 헤어져서 흘리는 눈물 연기는 못 하겠더라.”
현재 40대가 보일 연기를 고민한다는 차태현은 일상에서 아이 문제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1박2일’을 한 가장 큰 이유가, 수찬이가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만 해도 아버지 직업이 연예인인데 그 당시에도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연예인은 어차피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직업이다. 셋째 스무 살 때까지 유지하는 건 힘들 것 같다.(웃음)”
최근 KBS 2TV 예능프로그램 ‘용띠클럽’에서 차태현은 용띠클럽 친구들(김종국, 장혁, 홍경민, 홍경인)과 결혼, 육아, 연예인 생활 등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며 시청자들에게 솔직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친구들 사이에서 내가 결혼을 일찍 했다. 그래서 육아 얘기를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장)혁이는 만나면 얘기를 그렇게 많이 한다. 자리만 옮길 뿐이지 완전 토크쇼다. 김종국은 말이 빠르고, 혁이는 말이 느린데 막상막하로 둘이 말이 많다. 혁이가 ‘용띠클럽’에 나오면 무조건 웃길 거라고 생각했다. 그 친구는 특이하다. ‘추노’에 나오는데 절권도를 하고 너무 웃기다. 이소룡 무술을 하면 어쩌자는 건지.(웃음)”
올해 차태현은 이런 저런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 ‘신과함께’와 ‘용띠클럽’ 이전에 라준모PD로 예명까지 짓고 ‘1박2일’ 출신 유호진PD와 예능드라마 ‘최고의 한방’을 연출하기도 했다. “전혀 계획에 없던 일이었는데 너무 좋은 추억이었다. 결과가 좋지 않아서 미안하긴 하다. 만약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나 혼자는 못할 것 같고 호진이에게 콜이 들어오면 같이 해보고 싶다. 다음에는 연출과 연기를 같이는 안 하려고 한다. 너무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드라마의 큰 매력은 하얗게 불태우는 것이다. 그러고 장렬하게 전사한다. 드라마 감독 기회가 생기면 해보고 싶다. 이번에 작업하면서 느낀 건데, 내가 만든 화면이 나올 때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다. 이래서 감독을 몇 년 있다가도 계속 하는구나 싶었다. 자식 같다. 배우들의 연기가 방송을 통해 내 의도대로 보여졌을 때 성취감이 컸다.”
드라마PD로서 욕심을 드러낸 차태현은 그럼에도 ‘배우’로서의 일에 가장 큰 애정을 보였다. 영화 스코어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드라마 시청률도 매일 아침 챙겨 본다고. “‘배우’가 내가 제일 많이 신경 쓰는 부분이긴 하다. 그런 걸 알아줬을 때는 굉장히 좋다. 언제부턴가 내 이름이 ‘예능인 평판 순위’에만 올랐는데 ‘배우 평판 순위’에도 오르고 싶다.(웃음)”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