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짧은 한마디에 매료되다(김동주 지음, 페르소나(종합출판EnG) 펴냄)
감정·나비·도박·랩뮤직·명상·비유·삼단논법·아첨·직장·친구·크리스마스·텔레비전·포르노·행복…한글 자음 14개에서 추려본 단어들이다. “난데없이 왜 단어들을 나열하는가?” 궁금증이 생길 것이다. 신간 ‘짧은 한마디에 매료되다’는 말들의 쓰임새에 대한 흥미로운 탐구다.
예를 들어 ‘결혼’이란 말을 들여다보면 뜻 풀이가 자못 도발적이다. ‘황혼결혼’이란 “까놓고 말해 돈이나 간호사가 필요하여 느즈막이 하는 결혼”이란다. ‘인생’을 찾아보니 ‘인생의 의미’ ‘인생무상’ 등 관련어가 쭈욱 뜬다. “인생은 괴로운 것, 그러나 아름다운 것”(김동길) “인생은 짧다. 그러나 파멸하는 사람에게는 충분한 시간이다”(J. Billings) “인생에 있어 두려워할 것은 없다. 이해하면 그만이다”(M. Curie) 예문에는 철학자를 비롯해 선각자들의 가르침이 번득인다.
중간중간에 끼워넣은 24개 에세이도 약방의 감초 격으로 읽는 재미를 더한다. 감사·광고·국가·논리·걷기·무신론자 등을 주제어로 한 페이지씩 장식한다. 이 책은 앞서 같은 출판사에서 펴낸 ‘인문력사전’의 2탄 격인데, 권말에는 주요 원작자(짧은 예문으로 인용)와 찾아보기를 붙여놨다. 무작위로 책을 펼쳐도 지루할 틈이 없도록 한 배려가 아닐까.
이 책을 쓴 김동주의 이력도 특이하다. 서울대 문리대 출신으로 발명가에다 지금은 재미 작가. 다독가인 저자는 많은 책들을 접하면서 평소 메모해두고 떠올렸던 생각들을 차곡차곡 끄집어낸다. 이 책을 펼쳐든 독자들은 인생과 현실에 대한 색다른 아이디어들을 경험하고, 인문학적 소양을 쌓으며, 위트와 유머가 넘치는 언어적 유희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1만7,000원./고계연기자 kogy2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