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절벽’이라는 말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가 됐다. 국내 기업들은 일할 사람을 구할 수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이제는 ‘구인 절벽’이라고 할 만하다. 지난 수십년간의 저출산·고령화의 위험 신호를 무시한 대가는 정말이지 혹독하다. 길을 걷다 보면 같은 진료 과목의 의료기관이 한 건물 안에 2~3개 있는 곳을 쉽사리 발견할 수 있다. 병·의원 옆은 어김없이 복지센터의 자리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 국민 10명 가운데 3명은 60세 이상이다. ‘신토불이’ 농수산물을 판다는 가게는 온데간데없이 자취를 감췄고 아이들이 활기차게 뛰노는 초등학교는 가뭄에 콩 나듯 눈에 띈다.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불과 9년 뒤 한국이 마주할 고용 환경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오는 2026년 생산가능인구가 2016년보다 218만명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 같은 관측이 현실화하면 국내 산업계는 심각한 인력 부족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여성·고령층을 노동시장에 적극적으로 유인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19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6~2026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 및 시사점’을 보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648만5,000명이던 만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는 10년 뒤인 2026년에 3,430만2,000명으로 218만3,000명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생산가능인구가 230만7,000명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던 통계청 예측치와는 12만4,000명가량 차이가 난다. 고용부 관계자는 “통계청 관측치가 높은 이유는 재소자나 군인 등의 속박인구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력 공급이 줄어들면서 신규 인력 수급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6~2026년 총 10년간 전체 산업계의 신규 인력 수요는 782만7,000명. 하지만 이 기간 공급은 744만2,000명에 그친다. 38만5,000명이 부족한 셈이다. 학력별로는 고졸자가 초과수요(113만명)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대졸자도 10만명의 초과수요가 전망된다. 하지만 전문대 졸업자(55만명)와 대학원 졸업자(30만명)는 오히려 초과공급이 관측된다.
한국고용정보원 관계자는 “신규 인력이 부족한 상황은 여성·고령층, 비경제활동인구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로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앞으로 10년간 60세 이상 인구는 533만명 늘어나면서 전체 인구 증가를 이끌 것이라는 게 고용부의 분석이다.
인구구조 및 산업환경의 변화 등은 직업별 취업자 수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16년부터 2026년까지 연평균 취업자 수 증가율이 가장 높은 직업은 보건의료 종사자와 생명 및 자연과학 전문가다. 급속한 고령화와 건강에 대한 관심 증대로 이들 직업 취업자 수는 10년간 연평균 2.5% 늘어날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으로 지난해 43만1,000명이던 사회복지 종사자는 연평균 2.4% 증가해 2026년 54만8,000명이 될 것으로 추산됐다.
반면 농축산어업 연관 직업은 연평균 취업자 수 감소율이 높을 것으로 조사됐다. 농축산물이나 어물의 가격 경쟁력 약화 등이 이 같은 추세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농림어업 관련 단순 종사원 -1.9%, 작물재배 종사자 -1.5%, 축산 및 사육 관련 종사자 -1.5%, 어업 관련 종사자 -0.7% 등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맞물려 교사도 연평균 0.7% 감소, 39만명에서 36만3,000명으로 축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욱균 고용부 미래고용분석과장은 “저출산과 고령화에 대응한 효율적인 인력 활용이 필요하다”며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해 사회안전망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