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경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99%에 이른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청년들은 대기업 취업을 고집하지 않는다. 근로자 친화적인 기업 문화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의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게 중소기업행을 마다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빈 시내에서 기자와 만난 토마스 오베르홀즈너(사진) 오스트리아 중소기업연구소 부회장은 “의사나 변호사 등의 전문직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지만 기본적으로 회사 규모와 월급은 비례하지 않는다”며 “금속, 건설·자재, 식품, 마케팅 등의 각 산업을 대표하는 노동조합과 상공회의소가 상의해 기본임금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직무 난이도, 경력 연수 등에 따라 산업별 기본 임금이 정해져 있어 기업의 규모와 임금 사이에는 상관 관계가 적다”며 “일괄적으로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고 산업의 특성과 부가가치를 고려했기 때문에 합리적인 제도”라고 덧붙였다. 산업별 기본임금은 ‘콜렉티브 계약기준(Kollektiv Vertrag)’이라 불린다.
◇오스트리아 건설업 기본임금 (단위 : 유로)
직무난이도 | ||||
A1** | A2 | A3 | ||
1년 | 1,649 | 1,956 | 2,507 | |
2년 | 1,724 | 2,052 | 2,635 | |
근속연수 | 4년 | 1,780 | 2,147 | 2,762 |
6년 | 1,849 | 2,244 | 2,889 | |
8년 | 1,920 | 2,339 | 3,015 | |
10년 | 1,992 | 2,434 | 2,143 |
*자료 : 오스트리아 중소기업연구소
**숫자가 커질수록 직무난이도가 높아짐.
올해 5월 기준 콜렉티브 계약 기준에 따르면 건설업 신입사원의 기본 임금은 월 평균 1,649유로(약 211만1,725원)다. 운수업은 1,785유로(약 228만7,727원)로 조금 높으며 광고·마케팅업은 1,440유로(약 184만5,652원)로 조금 낮다. 통상적으로 가장 적게 책정된 단체협약 임금은 1,400유로 정도다.
오베르홀즈너 부회장은 “연구소에서 조사를 진행해보면 대학교나 직업전문학교 졸업생들은 취업을 결정할 때 대기업인지 중소기업인지를 따지지 않고 해당 직무와 산업군을 살펴보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입사 후에는 본인이 하기 나름이라는 인식 때문에 중소기업 입사를 꺼리는 현상이 없다”고 설명했다.
신입직원 간 월급 차이는 크지 않지만 입사 후 개인의 능력에 따라 임금 격차가 벌어진다. 철저한 성과 평가에 따라 연봉을 협상하고 성과급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오베르홀즈너 부회장은 “콜렉티브 계약 기준을 보면 근속연수에 따른 임금 상승분은 적고 직무 난이도와 성격에 따른 임금 상승분이 크다”며 “연공서열에 비해 능력 보상이 큰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면 건설업에서 A1 직무를 맡은 직원의 1년 후 연차 상승분은 75유로인 데 비해 A2로 직무난이도가 올라갈 경우 임금상승분은 307유로로 4배 이상 많다. 또 오스트리아는 실업급여와 직업교육제도가 잘 구축돼 있어 이직을 준비할 때도 위험 부담이 적다. 청년들은 처음부터 원하는 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지 않고, 일단 사회에 진입해 일을 배우는 방식을 택한다.
오베르홀즈너 부회장은 “퇴사할 경우 가장 높게 받았던 월급을 기준으로 12개월 치 실업급여를 지급한다”며 “1년간 일을 한 후 퇴사하면 실업급여를 재취업 준비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취업준비를 이유로 백수로 지내는 청년들이 적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빈=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