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몰린 종업원이 겪는 어려움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임직원이 생살을 도려내는 구조조정을 해도 시원찮을 판에 임금을 올려달라며 분규에 나서는 것은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노조는 올 4월 회사의 조기 경영정상화를 앞당기기 위해 임금반납과 교섭 잠정중단 등에 합의했다. 금융당국 주도로 2조9,000억원에 이르는 2차 유동성 지원을 받은 데 따른 고통분담 차원이다. 노조가 회사와 자구안에 합의한 지 8개월 만에 임금을 올려달라니 어이가 없기도 하다. 정부와 국책은행은 2015년 4조2,000억원을 대우조선에 수혈하면서 “더 이상의 지원은 없다”고 공언했음에도 올 3월 2조9,000억원을 추가 지원했다. 2차 지원에는 국민 노후자금인 국민연금까지 회사채 절반을 탕감해줬다.
노조는 1조원을 웃도는 누적 흑자를 기록했으니 임금을 올려달라고 주장하지만 이 같은 흑자는 국책은행의 유동성 투입에 따른 재무적 결과일 뿐 영업실적 호조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장부상의 흑자전환을 핑계로 고통분담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대우조선을 지원한 국민들에게 염치가 없는 일이다. 대우조선 경영 정상화의 길은 아직도 멀고 험하다. 조선 경기가 살아난 것도 아니어서 수주 잔량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정부가 아무리 소득주도 성장을 외친다 해도 구조조정이 한창인 대우조선의 임금 인상에는 아무런 명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