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아군 등 돌릴라"..노동계 역습에 민주당 진퇴양난

민노총 "근로기준법 개정은 개악"

대표실 점거·단식농성 이어가

한국노총도 여야 합의안 반대

지방선거 앞두고 딜레마 빠져

근로기준법 개정을 둘러싼 노동계의 반발에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민주당의 최대 지지층인 노동계가 근로기준법 개정을 ‘개악’으로 규정하고 행동에 나서면서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18일부터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당 대표실에서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한상균 위원장 석방, 이영주 사무총장 등 수배자들에 대한 수배 해제, 그리고 근로기준법 개정 완전 중단이 주요 요구사항이다. 이 사무총장은 “대통령과 집권여당인 민주당에 단식으로 요구한다”며 “진정한 적폐청산은 억울한 구속·수배 노동자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에게 저임금·장시간 노동을 계속하라는 근로기준법 개악 추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민주당 소속인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적폐청산을 위한 노동관계법 개정은 팽개친 채, 마치 굶주린 야수처럼 근로기준법 개악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면서 비판 수위를 높였다. 한국노총 또한 중복할증 제외 내용을 담은 여야 잠정 합의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정부 여당과 각을 세우고 있다. 앞서 환노위 여야 3당 간사는 주당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되 기업 규모별로 3단계로 나눠 시행하고 휴일근로 중복할증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하지만 소위원회에서 여당 강경파 의원들이 휴일근로 중복할증과 특례업종 지정 등에 이견을 보이면서 합의가 불발됐다.


전통적 지지층인 양대 노총의 반발이 점점 거세지자 민주당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방선거 등 굵직한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노동계의 요구를 외면하고 3당 합의안을 밀어붙일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당장 민주당은 민주노총의 당사 점거에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조심스럽게 대응하고 있다. 일단 민주당은 20일 열릴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응방침을 세울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한 원내 관계자는 “근로시간을 단축하게 되면 기업들의 어려움이 큰 게 사실”이라면서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노동계를 외면했다가 후폭풍이 생길까 걱정이다. 당 차원에서도 그 점을 걱정하고 있다”며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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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환노위는 아직 회의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에 환노위 내부적으로는 근로기준법 관련 논의가 해를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환노위 관계자는 “여당 내부에서 할증률과 관련한 대법원 공개 변론을 보고 판단하자는 기류가 강해 연내 처리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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