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배출권거래제 참여기업의 온실가스 배출 허용 총량을 5억3,846만톤으로 확정했다. 법정 시한을 6개월 넘긴데다 기업의 예상 배출량보다 15% 줄어든 규모여서 발전사와 기업의 혼란과 비용 부담은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19일 국무회의를 열어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 제2차 계획기간(2018~2020년) 국가 배출권 할당 계획안’을 의결했다. 배출 총량은 내년도 전망치인 6억3,217만톤의 85% 수준이다. 배출권 가격이 뛰자 배출량을 확대해달라는 요청이 제기됐지만 사실상 반영되지 않은 셈이다. 실제로 지난 2015년 발전에너지 업계의 배출량은 2억4,914만톤이지만 2차 계획안의 할당량은 2억4,073만톤에 그쳤다.
계획안은 3년짜리여야 하지만 2018년도분 배출권인 1단계 계획만 냈다. 탈(脫)원전 정책으로 미세먼지종합대책,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등이 크게 손질되면서 내년에 발표될 에너지기본계획과 연계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유지만 ‘반쪽짜리’라는 비판이 나온다.
가격안정대책에 대한 불만도 높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탄소배출권 가격은 톤당 1만9,000원 전후였다. 점차 오르던 탄소배출권은 2만원 선을 넘더니 지난 11월에는 40% 증가한 2만8,000원까지 상승했다. 현재는 2만2,000원 수준으로 10% 정도 올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보유한 1,400만톤의 배출권을 시장에 공급해 가격을 낮춰달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정부는 시장 개입에 적극적이지 않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배출권 여유기업이 600개 중 400개이고 여유물량이 6,000만톤”이라며 “가격이 상승한 큰 이유 중 하나는 여유배출권이 시장에 공급되지 않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정부 물량은 대규모 거래가 진행되고 가격이 더욱 높아진 상황에서만 공급하겠다”며 “정부 물량 공급은 추후 검토하겠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2017년도 거래권이 정산되는 내년 상반기까지 배출권 판매 시기를 놓고 기업들이 셈법을 달리해 내년 상반기 거래권 가격이 대폭 상승할 가능성도 나온다. 대신 정부는 배출권을 손에 들고 팔지 않는 기업을 유인하기 위해 제1차 계획기간 연평균 할당량의 ‘10%+2만톤’을 초과해 배출권을 이월할 경우 초과량만큼 제2차 계획기간 할당량에서 뺀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월된 만큼 할당량에서 제외하다 보니 “차라리 돈을 받고 팔자”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정부는 내년으로 예정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등과 연계해 2019~2020년도 배출 허용 총량을 확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계획 완성 시기가 내년 하반기까지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100% 무상 지급하던 배출권 중 3%는 유상으로 제공한다는 정책을 추진하기로 해 기업의 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다만 ‘무역집약도’와 ‘생산비용발생도’라는 기준을 세워 기준 미달 기업에만 유상 할당을 하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수출기업의 경우 외국 업체와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은 유상 할당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마저도 계획이 늦어져 오는 2019년에 실시하기로 했고 개별 기업의 과거 배출실적을 기준으로 배출권을 할당하는 기존 할당 방식과 달리 동일 업종의 시설 효율성을 기준으로 배출권을 할당하는 벤치마크 할당 방식도 2019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환경부에서 기획재정부로, 기재부에서 다시 환경부로 소관부처가 이관되며 계획안 수립 시기가 늦어졌다”며 “탈원전과 맞물려 늦은 계획안이 발표됐지만 애로는 크게 해소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