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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①] 김향기 “‘신과함께’ 이후, 母女관계도 변했다”

18세 배우 김향기가 점차 다양한 정체성을 취득하고 있다. 이번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감독 김용화, 이하 ‘신과함께’)에서 김향기가 맡은 저승 삼차사 덕춘 역은 전무후무하게 매우 이색적이다. 그저 단편적인 학생, 소녀로서만 표현하지 않아도 되는 캐릭터다.

배우 김향기 /사진=조은정 기자배우 김향기 /사진=조은정 기자





3살 CF 출연부터 6살이던 2006년 영화 ‘마음이’로 아역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아직 고등학교 2학년인 김향기는 그간의 필모그래피에서 그와 비슷한 학생 역을 주로 맡아 연기해 왔다. 이제 성인까지 2년을 남겨두고 서서히 고민에 빠질 시기이기도 했다. 그러다가 ‘신과함께’를 만난 것은 신의 한 수가 됐다.

판타지 장르로 캐릭터가 다채로운 점이 김향기에게는 변신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신과함께’는 저승에 온 망자가 그를 안내하는 저승 삼차사와 함께 49일동안 7개의 지옥에서 재판을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주호민 작가의 동명 웹툰을 기반으로 영화화했다.

극중 김향기가 분한 덕춘은 강림과 함께 망자를 변호하는 월직차사다. 삼차사 중 막내로 따뜻한 심성과 여린 마음을 가졌다. 망자들이 이승에서 지은 죄를 읽어내며, 그들이 지옥에 떨어지지 않고 환생하도록 재판에서 직접 변론에 나서며 활약한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향기는 어린 티를 제법 벗은 듯 성숙한 외모로 취재진을 맞이했다. 다이어트의 흔적이 보였다. “‘신과함께’를 촬영하면서 처음으로 다이어트란 걸 해 봤어요. 첫 촬영 때는 생각이 전혀 없다가 모니터링을 해보니 덕춘 캐릭터가 변호사로서 마냥 어려보이고 통통하게 나오면 몰입이 안 될 것 같았거든요. 일부러 마르게까지 뺀 건 아니었어요. 결과물을 보니 제가 생각한 덕춘 이미지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배우 김향기 /사진=조은정 기자배우 김향기 /사진=조은정 기자


원작 웹툰에서 덕춘은 소년스러운 이미지를 보이는데, 영화에서는 이 같은 느낌이 강조되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김향기는 “영화 자체는 재미있게 봤어요. 덕춘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원작의 이미지를 많이 반영해서 연기하려 했어요. 감독님께서 디렉션을 해주실 때 어떻게 하면 덕춘이처럼 보일지 많이 이야기를 나눴어요. 영화를 보고 원하는 대로 나와 뿌듯했어요. 감독님께서 다른 부분은 원작과 달라져도 덕춘이 만큼은 원작과 비슷하게 나오길 원하셨어요.”


부차적이지 않게, 개별 캐릭터로서 존재감을 뚜렷하게 보인 김향기는 이번 영화의 작업에서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배우로서 많은 역할을 해보고 싶은 건 당연한 것 같아요. 물론 저도 여러 역할을 해보고 싶고요. 새로운 캐릭터를 맡으면 늘 즐겁고 설레요. 이번에도 그만큼 잘 표현해야겠다는 마음이 들기도 하면서 배워갔어요. 그동안 해온 역할들 보다 덕춘이가 이미지적으로 밝은 아이더라고요. 2부에서는 덕춘의 과거 이야기로 아픈 면이 드러나기도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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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과는 또 다른 느낌이지만 덕춘 캐릭터와 싱크로율이 좋다는 반응이 꽤 많이 나오고 있다는 말에 김향기는 해사한 미소를 띠면서 “만화를 볼 때는 워낙 재미있어서 내용에 빠져 있었어요. 웹툰에서도 덕춘 캐릭터가 매력적이어서 캐스팅됐을 때 설레었거든요. 저는 덕춘 캐릭터에 대해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는데, 많은 분들께서 잘 맞다 해주셔서 기분이 좋았어요. 덕춘이가 망자를 변호하는 게 일반적인 변호보다 굉장히 감정적이잖아요. 새로웠고 떳떳해하면서 변호하는 모습이 재미있게 표현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평소 덕춘이 만큼 밝은 성격까지는 아니라고 밝힌 김향기는 덕춘을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목소리 연기’에 힘을 주었다고. “많은 대중 분들께서는 저를 밝고 소녀스럽게 생각해주시는 것 같아요. 덕춘이 연기를 하려고 목소리 톤도 많이 올려서 연습 해봤죠. 제가 원래 잘 웃어서 그런 역할을 소화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배우 김향기 /사진=조은정 기자배우 김향기 /사진=조은정 기자


‘신과함께’는 만화적 상상력을 실사로 구현하다보니 CG를 활용한 VFX효과에 주력할 수밖에 없었다. 본 적도 없고 감히 볼 수도 없는 일곱 지옥의 세계를 그린 이 영화는 1, 2편에서 각각 200억 원을 투입해 한국 영화 최초의 압도적인 비주얼을 탄생시켰다.

“CG 부분에서 굉장히 만족했어요. 촬영 하면서도 저희가 어떻게 완성도를 보일지 몰랐거든요. 감독님께서 디렉션 해주신 대로 연기했는데 너무 잘 맞게 나온 것 같아요. 제가 판타지를 되게 좋아해서 그런 장르를 많이 봤거든요. ‘호빗’, 마블 시리즈 등 다 챙겨보는 정도예요. 동양 배우들이 새로운 동양판타지를 시도한다는 것으로 ‘우리나라도 할 수 있겠구나’라는 자부심이 들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판타지장르가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김향기는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 7개의 지옥 재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지옥으로 “폭력지옥이 기억에 남아요. 유일하게 CG가 배경밖에 없었고 돌까지 통째로 세트를 다 지어서 촬영했는데, 처음에 그걸 보고 굉장히 신기했던 기억이 나요. 폭력지옥이 흔들리는 장면에서는 실제로 바닥을 직접 흔들면서 촬영했어요. 스태프분들께서 수동으로 흔드시는 걸 보고 저도 삼촌들(하정우, 차태현, 주지훈)도 놀랐어요. 정말 많이 고생하셨어요.”

‘신과함께’는 화려한 비주얼뿐만 아니라 인간이 살면서 지녀야 할 소중한 가치에 대해 철학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가장 어린 나이로 작품에 참여하며 깨달은 점은 무엇이었을까. “사람이 살다 보면 과거에 대한 미련도 있고 ‘내가 왜 그랬지? 좀 더 잘할 걸’ 생각도 하고 미래에 대한 걱정도 가지게 되는 것 같아요. ‘신과함께’ 촬영을 통해서 ‘현재에 충실하자’, ‘현재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고 생각하게 됐어요.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괜히 스트레스 받지 말자고도 생각했고요. 그런데 그게 어렵기도 한 것 같아요.”

“제가 엄마랑 굉장히 친한데, 그만큼 짜증도 많이 냈거든요. 이전에는 엄마한테 투정부리고서 사과도 안 하고 어영부영 넘어갔다면, 이제는 사과를 안 하면 마음에 걸려서 사과를 어느 정도 하게 됐어요. 아직 카톡으로 소심하게 보내기는 하지만요.(웃음) VIP시사회 때 엄마가 영화를 보시고 눈물을 많이 흘리셨어요. 촬영 현장에 종종 같이 다녀서 제가 어떤 걸 찍는지 보고 가시기도 했는데 눈물이 많이 나왔다고 하시더라고요.”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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