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함이 전력화한다. 해군은 이르면 이달 말께 대구함을 인수할 계획이다. 대구함은 지난 2016년 6월 초 건조된 함정. 인수하는 데 1년 반 이상 걸렸다. 급박한 안보여건으로 진수 후 1년이면 인수돼 전력화하는 통례와 달리 인수가 지연된 것은 성능미달 시비 탓이다. 지난해 가을 정기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대구함의 최대 특징 중 하나인 하이브리드 엔진의 성능이 떨어져 해군이 인수를 꺼린다는 지적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전기로 구동하다 가스터빈으로 전환할 때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 전기는 조용하지만 작전상황에서 고속이 필요할 경우 가스터빈으로 전환할 때 약 5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방위사업청과 해군·조선소(대우해양조선)에 따르면 두 가지 문제만 남았을 뿐 모든 문제가 해결돼 해군은 이달 말께 대구함을 전력화할 예정이다.
남은 두 가지 문제란 함미 격납고 부분 공구수리함의 위치와 예인선 배열 소나(TASS)의 출입구 조정. 특히 후자가 문제다. 입출구가 흘수선(해수면) 아래에 위치해 물이 샐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도 설계에서 감독까지 발견하지 못하고 시운전에서 결함이 드러났다. 결국 방사청과 조선업체가 비용을 분담해 하자를 보수하는 방향으로 결정됐으나 구조적인 문제는 남겼다. 통영함에서도 이런 문제는 누누이 지적돼왔다. 감독 소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느냐가 과제다.
눈여겨볼 대목은 해군에서도 하이브리드 엔진 시대가 개막될지 여부. 6척이 건조된 인천급 호위함의 후속 모델(Batch-2)로 개발된 대구급의 1번함인 대구함은 최대 8척이 건조될 예정으로 동형의 롤스로이스사 제작 MT30 엔진이 탑재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트여객기용 엔진을 고속선박용으로 개조한 이 엔진에 세계 각국은 주목하고 있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사가 독점하다시피 해온 군함 엔진 시장의 판도를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퀸 엘리자베스 항공모함과 미국 줌월트급 구축함, 다목적연안함(LCS)에 이어 한국 해군까지 이 엔진을 채택함에 따라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영국의 차세대 함정인 26형 구축함과 일본 해상자위대의 3,900톤급 차기 호위함, 이탈리아 해군의 차기 상륙함 엔진 후보 1순위로 떠올랐다. 한국이 이 엔진의 세계화에서 일익을 담당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반대급부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각국이 이 엔진에 주목하는 이유는 정숙성. 평소에는 값싸고 조용한 전기에너지로 순항하다 상황이 발생하면 연비는 나쁘지만 순간속도가 높은 가스터빈을 돌리는 구조다. 전기·가스 겸용 자동차와 비슷한 구조다. 전기엔진으로 순항하면 소음이 적어 잠수함에 피탐될 확률이 작다는 게 이 엔진의 최대 장점이다. 정숙성은 거꾸로 적 잠수함에도 치명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바닷속에서 오직 소리로 적의 존재를 파악하는 잠수함에 소리 없이 접근하는 함정은 저승사자에 다름 아니다.
대구급 호위함의 해군 인수를 조선업계도 반기는 분위기다. 해군 함정의 조기건조로 침체에 빠진 조선경기를 살리는 계획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