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40년간 영욕을 함께했던 현대그룹, 옛 오너 현정은 회장과 결국 법정에 서기로 결심했다. 현대로지스틱스(현 롯데글로벌로지스)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현대상선에 최대 1,900억원대에 달하는 피해를 줬다는 주장이다.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해 전사 차원에서 뼈를 깎는 노력을 했는데 이를 잊고 고소했다며 맞대응하겠다고 나섰다.
16일 장진석 현대상선 준법경영실장은 서울 종로구 연지동 현대상선 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자처하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비롯한 전임 임원 5명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며 “매각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가 현대상선에는 하나도 들어오지 않고 현대그룹 쪽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그룹은 로지스틱스를 팔고 확정적 이득을 취하고 빠져나갔다”며 “그렇게 조달한 금액으로 현 회장은 로지스틱스가 갖고 있던 엘리베이터 주식을 가져갔고 이를 통해 순환출자 고리까지 해소해 그룹 계열화를 이뤘다”고 주장했다. 옛 오너인 현 회장이 이사회 승인 절차까지 무시하며 배임을 저질렀다고 폭로한 것이다.
현대상선은 과거 체결된 계약들을 검토한 결과 현 회장을 중심으로 전 임원들이 현대로지스틱스 매각 과정에서 현대상선이 단독으로 후순위투자(1,094억원)를 떠안고 5년간 영업이익을 연 162억원 보장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후순위투자 금액이 전액 상각된 것을 포함하면 1,904억원의 손실과 부담이 발생했다는 것. 이 같은 구조를 설계한 배후로 지목된 게 전 오너인 현 회장이라는 게 현대상선 측 주장이다.
현대그룹은 이에 대해 “당시 현대상선을 살리려고 그룹의 모든 역량을 동원했고 많은 것을 포기했다”면서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해 현대로지스틱스를 팔았는데 당시 매각 조건 중에 현대상선에 불리한 계약이 있다며 배임 혐의로 고소한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라고 섭섭함을 표했다.
현대그룹은 지난 1976년 현대상선을 설립한 후 사세를 확장해 글로벌 해운사로 키웠다. 하지만 업황 부진에 더해 용선료 예측이 어긋나면서 대규모 적자를 본 후 결국 2016년 산업은행에 현대상선을 넘겼다. 이 과정에서 현 회장은 사재 300억원을 희생하기도 했다. 현대그룹은 당시 현대로지스틱스 매각 등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협의해 진행했는데 이제 와서 문제 삼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아직 고소장도 받지 못해 정확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며 “법무 검토 등을 해봐야 확실한 입장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