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20년 묵은 파견법의 덫...'제2 파리바게뜨' 확산

애경, 위법 소지에 고용전환 추진

뚜레쥬르도 제빵사 처우개선 검토

중소유통업체 등으로 파장 커질듯

4개월간 논란을 빚어온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불법파견 사태’가 봉합되고 있지만 갈등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이번 논란의 원인을 제공한 ‘파견법’은 건드리지 않은 채 ‘자회사’를 통한 고용으로 형태만 바뀌었기 때문이다. 20년 전 제정된 파견법은 현재의 산업 및 고용구조를 반영하지 못하며 ‘낡은 파견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각양각색의 근로형태가 존재하는 유통가에서는 파견법을 적용할 경우 제2·제3의 파리바게뜨 사태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16일 애경산업에 따르면 올해 안으로 마트와 슈퍼마켓 등에서 근무 중인 하도급 업체 판촉사원 700여명을 직접고용 또는 자회사를 통한 고용 형태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애경이 판촉사원 고용형태 변화를 모색하는 것은 파견법 위반 소지 때문이다. 애경은 도급 형태로 판촉사원을 운영하는데 하도급 업체 소속 판촉사원에게 업무 지시를 한 것은 물론 인사에도 관여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도급은 인사와 지시·감독 권한이 계약 당사자인 하도급 업체에 있다. 이를 어기면 노동법 위반이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파리바게뜨 본사에 하청업체 소속 제빵기사들에게 업무 지시를 했다는 이유로 5,300여명의 제빵기사를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린 것과 닮은꼴이다. 애경은 지난해 비정규직 문제와 불법파견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하자 8월부터 판촉사원 운영방식 개선작업을 벌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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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이 아니다. 파리바게뜨와 유사한 고용구조를 가진 CJ푸드빌의 뚜레쥬르 역시 제빵기사 처우 개선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뚜레쥬르 제빵기사들이 파리바게뜨와 비슷한 수준의 처우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형 업체들도 판매현장에서 애경산업처럼 하청업체를 사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유통업계 고위관계자는 “불법파견 논란이 유통가 전체로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며 “20년 전에 만들어진 낡은 파견법을 고치지 않는 한 이 같은 위험 소지가 다분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박윤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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