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체들이 가상화폐 관련 산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당장 돈이 되는 데다가 가상화폐의 구조가 장기적으로도 게임머니 등과 시너지도 낼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가상화폐 가치가 수시로 널뛰기를 하고 있는 데다가 최근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 도입 등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성급한 진출이 자칫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2일 IT업계에 따르면 NHN엔터테인먼트는 자회사 NHN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오는 2월 중 국내에서 영업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가상화폐거래소 설립을 준비 중인 오케이코인에 투자할 계획이다. 게임업체가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투자에 나선 것은 NHN엔터가 처음은 아니다. 국내 최대 게임업체인 넥슨은 앞서 지난 9월 지주회사인 NXC를 통해 당시 3대 가상화폐거래소 중 하나인 코빗의 지분 65.19%를 913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중소업체들도 다각도로 관련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엠게임은 이달 중 가상화폐채굴을 전문으로 하는 자회사를 설립할 예정이며, 한빛소프트는 자체 암호화폐를 개발할 계획이다.
게임업계가 적극적으로 가상화폐 관련 사업에 나선 것은 최근 가상화폐 거래량이 급성장하며 당장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과 게임머니를 운용해온 게임업체들의 기존 사업이 가상화폐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NHN엔터도 ‘재무 개선’이 오케이코인에 대한 투자에 나선 목적이라고 못 박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NHN엔터가 이번 투자를 시작으로 간편결제서비스인 ‘페이코’와 자체 개발 게임들과 시너지를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넥슨도 현재 게임머니에 대한 법적 규제만 풀리면 언제든 가상화폐를 통한 거래 기능을 도입할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가상화폐 채굴에 PC가 이용되는 등 가상화폐 관련 사업의 구조가 최근 ‘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으로 대표되는 주요업체들과 중소업체들과 격차가 벌어지며, 이전에 투자한 유휴 인프라를 놀리고 있는 중소게임업체들에게는 매력적이라는 점도 게임업체의 가상화폐 관련 사업 진출이 늘고 있는 하나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업체들의 동시 다발 진출로 시장이 과포화되고 있는 데다가 최근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적극적인 규제에 나서고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결국 가상화폐 거래소도 주요 거래소 한두 곳으로 정리될 것”이라며 “지금과 같이 가상화폐 가격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거래 실명제까지 도입되면 게임 내에서 가상화폐의 활용 폭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