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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오픈 4강전] 정현, 잃을 건 없다…경기 마음껏 즐겨라

정현, 26일 페더러와 4강전

전문가들 "1세트가 승부처"

랠리 길게 끌면 유리할 듯

페더러 "그의 패기 기대된다"

올해 호주 오픈이 낳은 최고 스타 정현이 준결승전을 하루 앞둔 25일 멜버른파크의 가든스퀘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주최 측 공식행사에 참석해 어린이 팬과 비디오게임 대결을 펼친 정현은 대형 태극기를 펼친 한인 팬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기도 했다.  /멜버른=AP연합뉴스올해 호주 오픈이 낳은 최고 스타 정현이 준결승전을 하루 앞둔 25일 멜버른파크의 가든스퀘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주최 측 공식행사에 참석해 어린이 팬과 비디오게임 대결을 펼친 정현은 대형 태극기를 펼친 한인 팬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기도 했다. /멜버른=AP연합뉴스




로저 페더러  /AP연합뉴스로저 페더러 /AP연합뉴스



“해볼 만하다.” “잃을 것 없는 싸움이다.”

위대한 도전에 나서는 정현(22·삼성증권 후원)을 둘러싸고 ‘어렵겠지만 승산은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호주 오픈 남자단식 준결승에 진출,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 테니스대회 4강 신화를 쓴 정현은 26일 오후5시30분 호주 멜버른의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테니스황제’ 로저 페더러(37·스위스)와 꿈의 대결을 펼친다.

지난해 이 대회 제패로 부활을 알린 페더러는 메이저 단식 통산 19회 우승을 자랑하는 전설이다. 세계랭킹은 2위(정현은 58위). 그러나 ‘게임이 안 될 것’이라는 식의 예상은 찾아볼 수 없다. 정현이 세계 4위의 차세대 스타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 전 세계 1위 노바크 조코비치(14위·세르비아) 등을 누르며 이미 돌풍 이상의 기량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1980년대 활약했던 데이비드 머스타드(59·뉴질랜드)는 25일 “페더러가 이길 확률이 높아 보이기는 해도 정현이 올라갈 가능성 또한 만만치 않다. 한국에서 온 언더독(우승 확률이 낮은 선수)이자 라이징 스타인 정현은 이미 잃을 것이 없다”고 말했다. CNN은 “이제 정현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메이저 결승을 경험한 니시코리 게이(일본)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1세트 기 싸움이 관건이라고 말한다. 최천진 JTBC3 FOX스포츠 해설위원은 “페더러 쪽에 조금 무게가 실리기는 해도 기본적으로 50대50의 싸움으로 본다”며 “8강 1세트에서 토마스 베르디흐(체코)가 페더러를 크게 흔들었던 것처럼 정현도 1세트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수비할 때는 수비하더라도 공격 전환을 좀 더 빨리 가져가면서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페더러는 베르디흐를 3대0으로 물리치기는 했지만 1세트에 7대6으로 고전했다. 한때 2대5로 벼랑에 몰리기도 했다. 최 위원은 “베르디흐는 초반에 온 기회를 계속 잡고 가는 데 실패했다. 페더러가 워낙 노련하고 완벽에 가까운 선수라고는 해도 정현에게도 한 번의 기회는 반드시 올 것이며 이 기회를 잘 살린다면 승산이 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정현이 페더러를 당해내려면 전력 질주하고 찌르고 또 들이받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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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더러와 비교해 정현이 조금이나마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것은 체력이다. 빠른 승부를 즐기며 쉽게 분위기를 가져오는 페더러를 상대로 랠리를 자주, 길게 끌고 갈 수만 있다면 체력적인 압박을 유도할 수 있다. 페더러가 프로에 데뷔한 지난 1998년에 정현은 두 살이었다.

최 위원은 “체력뿐 아니라 백핸드에서도 밀리지 않는다고 본다. 백핸드만 놓고 보면 오히려 정현이 조금 더 낫다고도 볼 수 있다. 또한 서브가 좋은 즈베레프를 날카로운 리턴을 앞세워 제압했듯 절묘한 각도로 들어오는 페더러의 서브를 맞아서도 2구나 4구, 6구째에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보인다면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현과 페더러의 대결은 ‘젊은 슈퍼맨’과 ‘베테랑 슈퍼맨’의 대결로도 불린다. 로이터통신은 정현의 4강 진출이 확정되자 “(슈퍼맨으로 변신하기 전의) 클라크 켄트처럼 안경을 썼지만 코트에서는 슈퍼맨처럼 플레이했다”고 표현했다. 페더러는 프로 데뷔 후 20년 동안 그 흔한 스캔들 하나 없이 최정상의 기량을 유지해온 슈퍼맨이다. 2016년 무릎 부상 이후 은퇴설이 돌았지만 지난해 호주 오픈과 윔블던 제패로 화려하게 재기했다. 이번 대회 5경기에서는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평균 1시간58분 만에 경기를 마무리했다. 딸 쌍둥이와 아들 쌍둥이를 기르는 ‘슈퍼맨’이기도 하다.

페더러는 테니스 역대 통산 상금 1위다. 1억1,042만달러(약 1,169억원)를 벌었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43·미국)의 통산 상금과 비슷하다. 정현이 만약 페더러마저 넘는다면 메이저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십에서 우즈를 누르고 우승했던 2009년의 양용은만큼 전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정현의 통산 상금은 18억원. 4강 진출로 약 7억5,000만원을 확보한 정현은 결승에 오르면 약 17억원을 손에 넣는다. 우승상금은 약 34억원이다. 정현은 삼성증권·라코스테·라도·요넥스·오클리의 후원을 받고 있으며 페더러의 후원기업은 메르세데스벤츠·롤렉스 등 11개에 이른다.

페더러는 “리턴과 서브가 게임을 풀어나가는 중요한 요소인데 나는 그 두 가지에서 정현의 방식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솔직히 대화를 나눈 적도 거의 없다. 런던의 한 행사에서 한 번 얘기해본 게 전부인 것 같고 악수는 두 번 해봤다”며 “젊고 4강 무대도 처음이라면 패기가 대단할 것이다. 그래서 더 재미있는 경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테니스 9단’ 페더러가 짧은 시간 안에 정현을 얼마나 잘 분석하고 나올지, 반대로 정현은 황제와의 생애 첫 만남에서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칠 수 있을지 이제 뚜껑을 여는 일만 남았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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