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수익률이 5%대에 그치며 전체 해외 주식형펀드 중 가장 부진했던 러시아펀드가 유가 상승을 발판으로 회생하고 있다. 최근 6개월 수익률이 20%에 달하며 인도 등의 신흥국은 물론 북미·유럽 등 선진국펀드보다 앞서나가고 있다. 수익률이 회복되며 오랜 기간 손실에 시달리던 투자자들이 환매에 나서면서 자금은 빠져나가고 있다. 최근 6개월간 해외 주식형펀드로는 2조8,000억여원이 유입됐지만 러시아펀드에서는 1,300억여원이 유출됐다. 전문가들은 유가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러시아 내수경기도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며 현시점이 추가 매수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5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러시아펀드의 최근 6개월 수익률은 19.54%(24일 기준)로 베트남(36.83%)과 중국 및 중화권(24.97%·21.22%), 브릭스(22.63%), 일본(21.21%)에 이어 수익률 상위에 올랐다. 그동안 그간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던 브라질(15.90%)과 북미(13.26%), 신흥아시아(14.86%), 인도(9.74%), 유럽(6.74%) 등을 제쳤다. 특히 대부분 해외펀드들의 6개월 수익률이 1년 수익률에 비해 떨어지는 반면 러시아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다만 높은 수익률에도 불구하고 자금은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 최근 6개월간 1,287억원에 유출되며 브릭스(-1,643억원) 다음으로 많은 금액이다. 베트남펀드나 중국 펀드 등으로 각각 5,600억원, 2,457억원이 유입되는 것과 러시아펀드에서만 유독 자금 유출이 나타나는 것은 오랜 기간 손실에 시달린 투자자들이 원금 회복에 성공하자 환매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해외 주식형펀드의 평균 5년 수익률이 45%를 넘는 상황에서 러시아펀드의 5년 수익률은 9.71%, 1년 수익률도 16.16%에 그치는 등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부진한 성적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주요 증권사들은 러시아펀드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우선 러시아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유가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4일(현지시간)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배럴당 65.61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2014년 12월 이후 최고 기록을 기록하는 등 줄곧 강세를 보이고 있다. 김혜미 KB자산운용 글로벌운용본부 매니저는 “유가가 미국 셰일오일로 인해 지금보다 더 상승하지는 못하더라도 50~65달러 구간에만 머물면 러시아펀드에는 긍정적”이라며 “이 구간은 소위 스위트스폿(sweet spot)으로 러시아 석유기업들이 충분히 이익을 낼 수 있는 구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계속되는 금리 인하 기조도 긍정적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러시아가 올 2·4분기 가장 낮은 수준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한 후 연말에 목표 수준인 4.0%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했다. 강현구 KB증권 연구원은 “이러한 전망추세를 따른다면 러시아 중앙은행은 상반기까지 기준금리 인하를 지속할 것”이라며 “금리 인하 여력은 0.75~1.75%로 올해 상반기에만 0.75%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서방국가가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유지하고 있는 등 대외적 변수가 남아 있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2014년 3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하자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 유럽 금융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 통로를 차단하는 등 각종 경제제재를 가해왔기 때문이다. 한 펀드매니저는 “러시아 내수 경기는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데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플러스로 돌아서는 등 경제 회복에 접어든 상황”이라면서도 “미국이 러시아 국채에 대해 투자 금지 조치를 하는 등 대러시아 경제제재가 더 강화될 가능성이 남아 있어 지정학적 리스크는 우려해야 할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