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캠프와 러시아 간 내통 의혹을 둘러싼 연방수사국(FBI)의 수사 편향성을 비판하는 이른바 ‘누네스 메모’를 공개한 파장으로 워싱턴 정가가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메모 공개를 계기로 자신이 ‘러시아 게이트’에서 완전히 벗어났음을 선언했지만 민주당과 FBI 등은 “특검 수사를 방해하려는 사법 방해공작의 일환”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이 메모는 수사에서 ‘트럼프’의 혐의를 완전히 벗겨준다”며 “그러나 러시아 마녀사냥은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공모는 없었으며 사법방해도 없었다”며 “이는 미국의 수치”라고 강조했다.
공화당 소속 데빈 누네스 하원 정보위원장이 작성한 4쪽짜리 문건인 ‘누네스 메모’는 FBI와 법무부가 해외정보감시법(FISA)에 따라 트럼프 대선캠프의 외교정책보좌관을 지낸 카터 페이지를 상대로 감청영장을 발부받는 과정을 담고 있다. 2016년 미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 측이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하기 위해 조사·작성한 문서를 근거로 FBI가 감청영장을 청구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문건에는 2013년 러시아를 방문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음란파티’를 벌였으며 러시아 정보당국이 이를 트럼프 협박용으로 녹화한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음해하기 위해 작성된 허구의 문건을 바탕으로 수사했기 때문에 FBI 수사에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누네스 메모가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며 자신의 목을 죄어온 로버트 뮬러 특검의 정당성을 흔들기에 안성맞춤인 재료였던 셈이다.
야당인 민주당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하원 법사위 민주당 의원들은 성명을 내고 “하원 공화당 의원들은 법무부와 FBI의 신뢰성에 상처를 내며 외부의 적(러시아)이 대선에 개입하려는 사실을 묻으려 하고 있다”며 “특검의 수사를 방해하려는 사법 방해 노력의 공범자들”이라고 날을 세웠다. FBI직원연합도 성명을 통해 “FBI 구성원들은 당파적 정쟁이 우리의 숭고한 헌신을 훼손하는 일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의 공개 반대에도 메모를 전격 공개함에 따라 레이 국장이 사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화당 원로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과 의원들은 구부러진 렌즈로 특검 수사를 바라봐서는 안 된다”며 “FBI와 법무부에 대한 공격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좋은 일만 해주는 셈”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