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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 유승호 "'로봇'처럼 사람에 상처받은 적 有..채수빈 고마워"

배우 유승호에게 ‘로봇이 아니야’는 값진 작품으로 남았다. 비록 시청률은 좋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 애틋했으며, 그보다 더 큰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유승호는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만나 MBC ‘로봇이 아니야’ 종영 인터뷰를 가졌다. 앞서 같은 방송사 ‘군주-가면의 주인’으로 인터뷰를 가진 후 약 반 년 정도밖에 흐르지 않은 시간. 유승호는 ‘로봇이 아니야’ 인터뷰까지 하게 된 이유를 먼저 밝혔다.




/사진=산엔터테인먼트/사진=산엔터테인먼트


“‘로봇이 아니야’는 시청률 빼고 정말 다 좋았다. 그래서 더 안타깝고 아쉽다. 드라마를 보면서 이렇게 재미있었던 적은 처음이다. 감독님도, 배우들도 모두 좋은 사람들과 작업한 드라마다. 너무 빠져서 연기를 하고 시청했다.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끝났지만 홍보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했다. 저도 제가 이렇게까지 좋아할 줄 몰랐다.”

‘로봇이 아니야’는 인간 알러지 때문에 제대로 여자를 사귀어 본 적 없는 남자가 로봇을 연기하는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모습을 그린 드라마. 유승호는 어린 시절 친구에게 배신을 당해 인간 알러지를 앓게 된 김민규 역을 맡았다. 그는 로봇 아지3인 척 연기하는 조지아(채수빈 분)와 호흡을 맞추며 첫 로코에 도전했다.

유승호가 유독 ‘로봇이 아니야’에 마음이 끌렸던 이유가 있다. 극 중 민규가 겪었던 아픔들을 그 또한 어렸을 때부터 연기를 하면서 겪었던 것. 물론 상처의 크기는 달랐지만 사람을 믿었다가 상처를 받았다는 점에서 비슷했다. 유승호는 “시간이 지날수록 어려워지는 게 사람인 것 같다. 내가 어디까지 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며 민규를 이해했다.

“누구나 사람에게 상처 받고 고민도 했을 거다. 저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겪은 아픔일 것 같다. 사람에게 상처를 받고 사람에게 치유 받는다. 거기에서 사랑의 힘이 커진 거다.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는 메시지가 아닐까.”

민규는 조지아와 홍백균(엄기준 분)을 비롯한 산타마리아 팀과 관계를 맺으며 인간 알러지를 극복했다. 그러나 현실의 유승호는 아직 그 단계까지는 미치지 못했다고. “포기하기로 했다”고 말하는 그는 무척이나 덤덤해 보였지만 그렇기에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애초에 어떤 사람을 만날 때 깊은 관계를 가지려 하지 않게 됐다. 나중에 헤어졌을 때 서로 상처받지 않을 정도까지만 관계를 맺는다. 정말 마음이 맞으면 깊게 들어갈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언제든지 헤어질 수 있을 정도로 유지하는 거다.”

배우를 하는데 이런 태도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유승호는 “굉장히 안 좋다”고 잘라 말했다. 상대방과 친해져야 하고 소통을 해야 하는데 진심으로 하지 못하고 그런 척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다행인 것은 ‘로봇이 아니야’에서 희망을 발견했다는 것. 유승호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채수빈과 친해졌다”며 상대 배우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사진=산엔터테인먼트/사진=산엔터테인먼트


사실 유승호는 이번 작품에 들어가기 전부터 멜로라는 장르에 대해 어려움을 드러냈다. 단순히 하기 싫다는 기호의 문제는 아니었다. 과연 본인이 사랑이라는 감정을 진실 되게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신중함이 있었던 것. 그러나 유승호는 첫 멜로 연기를 훌륭하게 해내며 차세대 로코킹으로서 입지를 다졌다.

“드라마 초반부터 멜로적인 요소가 나왔으면 큰 어려움이 있었을 거다. 그런데 하다 보니까 친한 사람들에게 하는 행동이나 말투가 수빈씨에게 거부감 없이 나와서 놀랐다. 연인들 사이에서 하는 애교가 아무렇지 않게 나오는 게 신기했다.”


비결은 무엇일까. 앞서 언급된 것처럼, 유승호라는 배우가 김민규라는 역할에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하며 그의 사고과정을 충실히 따랐기 때문이다. 민규처럼 아픔과 갈등을 겪고 사랑으로 치유되는 과정에서 유승호 역시 조지아가, 수빈씨가 좋아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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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민규라는 인물에 잘 빠졌구나 싶어서 만족도가 높았다. 제가 그렇게나 걱정했던 멜로라는 장르에서 이렇게까지 표현할 수 있었다는 게 신기했다. 앞으로 얼마든지 더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겁이 많이 없어졌다.”

물론 대본의 힘도 있었지만 상대역이 채수빈이었기에 가능한 결과이기도 했다. 만약 채수빈이 유승호와 마찬가지로 말이 없고 내성적이었다면 이 같은 변화는 힘들었을 수도 있다고. 전작 ‘군주’에 이어 ‘로봇이 아니야’까지 두 번째로 연하와 연기를 한 유승호는 “오빠로서 뭘 챙겨줘야 하나 생각했는데 짧은 생각이었다”며 “단순히 나이 때문에 뭘 더 할 필요가 없었다. 한 작품을 만들어가는 동료배우로 생각해도 될 정도로 너무 잘하는 배우였다”고 칭찬했다.

“연기를 하다보면 대본에 쓰인 것 말고도 갑작스럽게 생각이 나서 툭툭 던지는 것들이 있다. 수빈씨가 그런 것조차 잘 받아주는 것을 보고 센스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게 쉽지가 않다. 저도 만약 상대배우가 그런 걸 던지면 당황해서 아무것도 못한다. 대본에 집중해있어서 그런지 그 외의 것이 생기면 몸이 멈춘다. 적응도 되고 편해지기 시작하니까 혹시나 해서 한번 던져봤다. 그런데 너무 잘 받아줬다.”

원래 대본 위주로 탐구하고 연기하는 유승호에게는 무척이나 신기하고 신선한 경험이었다고. 자신도 모르게 애드리브가 하나둘씩 표현됐단다. 그는 “던지는 기능은 생겼는데 받는 기능은 없다. 다른 게 오면 오류가 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유승호는 분명 차분하고 조용한 면이 많은 배우인데 인터뷰 중 촬영 당시를 떠올리면 개구쟁이같은 미소를 보여줬다.

/사진=산엔터테인먼트/사진=산엔터테인먼트


“로코였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가 가능한 면이 있다. 촬영하다보니까 민규가 굳이 혼자서 진지할 필요가 있을까싶어 감독님께 여쭤봤다. 감독님께서도 그럴 필요가 없을 거라고 하셨고, 그때부터 풀리기 시작한 것 같다. 민규라는 캐릭터가 무너지지 않을 선에서 순수함을 보여주기에 더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판단을 했다.”

아역부터 연기를 해온 유승호였지만 이런 부분은 꾸준히 안고 온 고민이었다고. ‘로봇이 아니야’를 한 덕분에 큰 고민이 아무렇지 않게 깨져버렸다. 유승호는 “이 작품을 했던 게 저에게는 굉장히 큰 도움이 된 것 같다”며 꾸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제일 걱정했던 멜로, 로코였는데 굉장히 만족하면서 끝냈다. 다음에 장르적으로 어떤 것을 하든 크게 부담스럽거나 무섭지는 않을 것 같다. 캐릭터적으로 색다른 것을 보여드려야 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조금씩 든다. 이제는 그런 것을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멜로까지 섭렵하고 나니, 유승호에게 장르의 고민은 중요치 않아졌다. 사실상 대부분의 장르에 다 도전해봤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제 남은 것은 조금 더 다른 캐릭터를 선보이는 것.

유승호는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딱히 생각하지는 않았다”며 “지금까지 보여드린 것은 몇 번 해봤던 것들이고 익숙한 모습들이 대부분이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경험도 많아지면 다양하고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배우들마다 각자 본인이 가지고 있는 색이 있는데 그 색을 얻기가 굉장히 힘들다. 그런 배우들을 보면 되게 부럽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저만의 색을 가진 배우가 되는 게 꿈이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양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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