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씨 일가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11일 북한으로 돌아가기까지 2박3일의 짧은 방남 기간에 문재인 대통령과 네 번이나 회동했다. 지난 9일 평창올림픽 개막식과 10일 청와대 접견 및 오찬, 같은 날 저녁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경기 공동 응원, 11일 저녁 삼지연관현악단의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공연 등이다. 11일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주재 환송 만찬까지 포함하면 북한 대표단은 방남 기간 중 우리 정부 고위급 인사들과 네 번(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다섯 번)이나 식사를 함께하는 등 우리 측의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체류하는 동안 이뤄진 총 일곱 차례의 식사 중 네 차례는 우리 측 최고위급 인사들과 함께한 식사였다. 문 대통령, 이낙연 국무총리, 임 실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이 번갈아 이들을 극진히 대접하며 과한 대우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의 마지막 일정인 이날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에서 남북대화 기류를 이어가야 한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공연에 앞서 문 대통령 내외와 환담을 하며 “대통령과 의견을 교환하고 자주 상봉할 수 있는 계기와 기회를 마련했으니 다시 만날 희망을 안고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우리 만남이 소중하다”며 “이 만남의 불씨를 키워 횃불이 될 수 있게 남북이 협력하자”고 화답했다.
공연이 끝난 뒤 문 대통령은 김 상임위원장과 헤어지면서 “마음과 마음을 모아 난관을 이겨나가자”고 말했다. 김 부부장도 김정숙 여사에게 “늘 건강하세요”라면서 “문 대통령과 꼭 평양을 찾아오시라”고 당부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 격으로 방남한 김 부부장은 이날 임 실장과의 비공식 환송 만찬에서도 평양에서의 재회를 기약했다. 김 부부장은 임 실장의 건배사 요청에 “솔직히 이렇게 갑자기 오게 되리라 생각하지 못했고 (남한이) 생소하고 많이 다를 거라 생각했는데 비슷하고 같은 것도 많더라”며 “하나 되는 그 날을 앞당겨 평양에서 반가운 분들을 다시 만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북한 고위급 대표단 일정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10일 청와대에서 있었던 문 대통령과의 오찬이었다. 북한 김씨 일가의 일원이 청와대를 방문한 것은 처음이며 북한 고위급 인사가 청와대를 찾은 것은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사절단 이후 8년6개월 만이다. 오찬은 오전11시부터 2시간40분 동안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오찬 중 문 대통령은 “남북 평화의 공동 번영을 위하여”라고 건배사를 하기도 했다. 대화 중에는 “트레킹을 좋아해 젊었을 때 개마고원에서 한두 달 지내는 것이 꿈이었다”며 “이렇게 (북 대표단이) 오신 걸 보면 마음만 먹으면 말도 문화도 같기 때문에 쉽게 이뤄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김 부부장은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의사를 교환하면 어제가 옛날인 것처럼 빠르게 북남관계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통일의 새 장을 여는 주역이 돼 후세에 길이 남을 자취를 세우시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그는 “이렇게 가까운 거리인데 오기가 힘드니 안타깝다”며 “북남 수뇌부의 의지가 있다면 분단 세월이 아쉽고 아깝지만 빨리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10일 저녁 북한 대표단은 강릉의 한 호텔에서 열린 조 장관 주재 만찬에 참석했다. 김 부부장은 서울의 인상을 묻는 최문순 강원지사의 질문에 “처음인데 낯설지 않다”고 답하기도 했다. 11일에는 이 국무총리와 환송 오찬을 함께했다. 북 대표단은 이날 저녁 문 대통령과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을 관람한 후 바로 북한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