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13회 칼럼 ‘탈모, 조상 탓하기 전에 꼭 알아야 할 사실’에서 본인이 유전에 의한 탈모인지 아닌지 스스로 진단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간단히 다시 설명하면 △그림의 탈모 부위 안에서 정도의 차이에 상관없이 정면에서 봤을 때 좌우 대칭으로 탈모가 있어야 한다 △그림에서 모발이 나오는 후두부와 후 측면 부위에는 탈모가 없어야 한다. 아래의 그림을 본인과 비교했을 때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만족하면 유전에 의한 남성형 탈모로 진단할 수 있다.
탈모 초기에 유전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은 자신의 삶이 달라질 정도로 정말 중요하다. 유전에 의한 탈모의 경우 일반적인 탈모 치료로는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전이라면 가족력부터 살펴보는데 가족력이 있다고 해도 유전이라고 확실하게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은 없기 때문에 더 확실한 진단 방법에 대해 설명하겠다. 본인이 아래 케이스들에 해당된다면 가족력과 상관없이 유전에 의한 탈모라고 진단해도 된다.
◇ 유전에 의한 탈모 사례 1
위 사진을 보면 이마 양옆에 비어 있는 부위를 M자 탈모라고 한다. 그렇지만 원래 헤어라인이 M자인 분도 있기 때문에 이 케이스의 경우 원래 M자 부위에 모발이 있었는지가 진단에 중요하다. 이마 가운데 부위를 보면 가늘고 짧은 모발이 보이는데 이마 중앙 부위도 탈모가 약간 진행 중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가는 모발과 굵은 모발의 경계가 확실하기 때문에 가운데 부위는 M자 부위처럼 심하게 탈모가 진행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다.
◇유전에 의한 탈모 사례 2
M자 부위의 모발이 듬성듬성하고 가늘어 보인다. 사례 1은 이전에 M자 부위에 탈모가 있었는지가 유전 진단에 중요하다고 했는데 이 케이스는 그 와 상관없이 M자 부위에 확실히 유전에 의한 탈모가 있다. 이마 가운데 부위는 사례 1에 비해서 탈모가 진행될 확률이 더 높다. 가는 모발과 굵은 모발의 경계가 불확실하고 가는 모발이 더 많기 때문이다.
◇유전에 의한 탈모 사례 3
M자 부위뿐만 아니라 이마 가운데까지 이마 부위 헤어라인 전체에 걸쳐 머리가 듬성듬성하고 가늘다. 의학적으로는 모발이 빠지는 것이 아니라 가늘어지는 것을 탈모라고 한다. 이마 헤어라인 전체에 걸친 유전에 의한 남성형 탈모로 진단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사례 1→사례 2→사례 3, 혹은 사례 2→사례1→사례 3처럼 탈모가 진행되는 순서가 따로 있지 않다는 것이다. 사례 2의 M자 부위에는 사례 1에 비해 탈모가 덜 진행되었는데 사례 2의 이마 가운데 부위는 사례 1보다 탈모가 더 진행되어 있다.
위 사례 모두에서 환자분들이 가장 걱정하는 점은 본인이 나중에 대머리가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시중에 탈모에 좋다는 것은 다 시도해 본다. 그렇지만 사례 1의 경우 시간이 지나도 남들이 말하는 속칭 대머리가 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되기 때문에 쓸데없는 걱정은 본인에게 해롭다. 사례 3의 경우 만약 20대라면 탈모가 더 심하게 진행될 확률이 높지만 만약 삼사십대라면 저 정도 상태에서 더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필자는 특정 사례들을 기준으로 설명한 것이고 보통은 탈모의 진행이 반드시 이렇게 되리라는 판단은 정확히 할 수 없기 때문에 증상에 따른 경과를 계속 지켜봐야 한다.
위의 유전에 의한 탈모 분류 그림에서 보면 Ⅰ에서 Ⅱ, Ⅱ에서 Ⅲ, Ⅲ에서 Ⅳ단계로 꼭 순서대로 탈모가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Ⅰ에서 Ⅴ단계로 갑자기 넘어가는 일도 없다. 어느 부위에 탈모가 생기든 탈모 초기에는 그 부위의 모발이 가늘어지는 증상이 나타나게 되어 몇 년 전부터 어느 정도는 예측이 가능하다. 반대로 탈모가 의심되는 부위에 가늘어진 모발이 없다면 현재는 탈모가 없는 것이니 미리부터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필자가 계속 강조하듯이 본인이 유전인가 아닌가에 따라 치료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에 치료 초기에 유전인지 진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본인이 유전에 의한 탈모이고 부위가 M자 탈모 등 이마 부위에 국한 된 탈모라면 최선의 치료는 무엇일까?
오늘 살펴본 이마 부위나 M자 부위의 유전에 의한 탈모는 사실 다른 여러 가지 방법으로 치료했을 때 효과가 있는 경우가 드물다. 탈모의 근본 원인이 유전이고 유전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없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즉 거의 대부분 치료를 해보다 효과가 미비하여 중간에 그만두게 된다는 뜻으로 유전에 의한 M자 탈모 등 이마 부위 탈모의 경우 다른 치료에 앞서 최우선적으로 모발이식이 고려되어야 한다.
탈모 치료제인 아보다트(성분명 두타스테리드)는 헤어라인 부위의 탈모에도 약간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확률은 별로 높지 않다. 프로페시아(성분명 피나스테리드)나 아보다트는 유전에 의한 정수리 부위 탈모에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약으로 정수리 부위에는 그 만큼 치료 효과와 확률이 높다.
사례 1의 경우 프로페시아나 아보다트를 복용하는 것은 불필요하다. 유전이라도 탈모가 M자 부위에만 국한 되어 있기 때문에 약효를 거의 기대하기 힘들다. 모발이식만이 확실한 치료법이라고 할 수 있는데 모발이식은 탈모를 예방하거나 실제로 치료하는 것은 아니고 탈모가 진행된 부위의 모발을 건강한 모발로 대치하는 것이기 때문에 탈모가 진행된 부위가 좁으면 적은 양을 이식할 수 밖에 없고 탈모 진행 속도가 빠르면 수년 후에 추가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이식된 모발은 탈모가 없기 때문에 평생 지속되지만 기존의 탈모는 그대로 계속 진행되기 때문이다.
필자가 진료하다 보면 사례 1과 같은 상태에서 수 년간 프로페시아를 복용하고 있다는 분을 자주 볼 수 있는데 불필요한 처방일 확률이 높다. 막상 수년간 프로페시아를 복용해서 현재 상태가 좋은 것인지 아니면 복용을 안 했어도 마찬가지였을지 그 시점에서는 판단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프로페시아나 아보다트는 처음 복용을 시작할 때 본인이 정말 복용을 하는 것이 좋을 지 판단을 잘 해야 한다. 즉 유전에 의한 남성형 탈모라고 무조건 프로페시아나 아보다트를 처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례 2와 사례 3의 경우도 모발이식이 최선인데 그 이전에 프로페시아나 아보다트를 복용해 볼 수 는 있지만 이마나 헤어라인 부위 탈모보다는 정수리로 이어지는 뒤쪽 부위의 탈모 상태에 따라 처방하는 것이 맞다. 모발이식과 약 복용을 같이 하는 경우도 많은데 모발이식은 탈모로 비어 있는 부위를 건강한 모발로 복구하는 것이고 약은 탈모가 있는 모발을 건강하게 하는 것이라 모발이식과 약 복용을 동시에 하면 치료와 예방을 동시에 가능하게 한다. 그렇지만 유전에 의한 남성형 탈모의 치료는 모발이식을 제외하고는 평생 지속해야 하기 때문에 프로페시아나 아보다트는 처음 복용할 때 정말 자신이 유전에 의한 탈모이고 탈모 부위가 약으로 커버 가능할 지 혹은 복용 시작이 너무 이른 것은 아닌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다음 칼럼에서는 정수리 탈모를 포함하여 더 심한 상태의 유전성 탈모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
/okhairline@naver.com
옥건 원장은···
▲가톨릭의과대학 졸업 ▲옥건헤어라인의원 원장 ▲국제모발이식학회(ISHRS) Best Practical Tip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