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제주 게스트하우스 살인사건으로 패닉에 빠진 여성 혼행족

SNS, 커뮤니티 중심 불안감 확산

일부 여성들, 자체 자구책 마련도

전문가 "여행 전 철저한 대비 필요"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제주도 살인사건을 보니 이제 국내여행도 못 가겠다. 외국 한인 숙소에서도 성폭력 사건 많은데 무서워서 혼자 여행 못 다니겠다. ”


제주도 게스트하우스에서 관리인이 홀로 여행 온 여성 투숙객을 살인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 같은 불안감을 호소하는 여성 혼행족이 늘고 있다.

여성 투숙객이 숨진 채 발견된 지 사흘째인 14일 SNS와 인터넷 여행 커뮤니티에서는 홀로 여행하는 것이 무섭다는 여성들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 상품을 구매했다고 밝힌 한 네티즌은 “퇴사하고 제주도에서 편히 쉬면서 지내려고 했는데, 이번 게스트하우스 살인 사건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며 “여자 혼자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는 나라가 어딨냐”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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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설 연휴 대목을 앞두고 제주도 게스트하우스 취소가 줄을 잇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안양에 살고 있다는 또 다른 네티즌은 “제주 살인 용의자가 안양에서 사라졌다”며 “안양에 사시는 분들은 조심하세요”라고 적어 언제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나타냈다.

몰카, 성폭행, 살인 등 여성 혼행객을 상대로 한 범죄가 잇따르자 여성들은 여행지에서 자신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영화 ‘나홀로 집에’를 연상케 하는 방범 자구책을 마련하기도 한다. 직장인 신모(27)씨는 “혼자 여행가면 누가 들어올까봐 무섭다”며 “문 앞을 냉장고로 막아 못 들어오게 한 뒤 냉장고 위로 물건 쌓아 올려 손잡이 못 돌리게 한 적이 있다”고 불암감을 토로했다. 또 다른 혼행족인 직장인 이모(27)씨도 “여행지에서 모텔을 이용할 때 주인도 무서우니까 ‘남자친구’ 얘기를 하며 2인용 침실 결제하고 전화받는 척 올라가는 방법을 쓴 적도 있다”고 허탈해했다.

이러한 공포감이 급속히 퍼진 배경에는 국내뿐 아니라 국외로도 홀로 여행가는 여성이 많아지면서 나도 범죄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직장인 이모(26)씨는 지난해 여름휴가로 떠난 필리핀에서 불쾌한 경험을 했다. 이씨는 “스킨스쿠버 다이빙 연습을 하는데 현지 강사가 내 손을 계속 잡았는데, 나중에 손을 안 잡아도 되는 상황인 줄 알게 됐다”며 “이후 수중에서도 자꾸 스킨십을 해왔는데 이번 제주도 사건이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도 현지 지리와 시설, 문화에 익숙지 않은 여행지에서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7월 30대 일본 남성이 후쿠오카시 민박집에서 한국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현지 경찰에 붙잡힌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윤호 동국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범죄학적으로 범죄자가 범행하기 쉬운 상대를 고르는 ‘합리적 선택’을 하게 되는데 여성이 범죄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CCTV 등 방범시설이 잘 갖춰진 곳을 사전조사 하는 등 여행 전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우인·신다은기자 wipark@sedaily.com

박우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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