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과 말레이시아 등 주요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급격히 줄어들며 풍부하고 값싼 노동력을 지렛대로 삼았던 동남아의 성장 모델이 변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태국과 말레이시아에서 일하던 불법노동자 중 많게는 절반에 달하는 200만명이 다른 나라로 떠났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들 국가에서 외국인 노동자 감소에 따른 일손 부족이 심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기업의 경우 노동력 공백으로 투자계획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세계 최대 고무장갑 제조사인 말레이시아 톱글러브는 “연내 생산설비 2개를 추가할 계획이지만 인력 부족으로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톱글러브는 1만3,000명의 직원 중 절반 이상을 외국인 노동자로 채우고 있다.
태국과 말레이시아에서 외국인 노동자 급감에 따른 인력 공백이 생긴 것은 그동안 불법노동을 묵인해온 정부가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인권침해 비판에 대응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태국은 지난해 6월 불법노동자의 고용주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규제를 도입했으며 말레이시아도 불법체류자 단속을 강화하고 올해부터 외국인 노동자 고용주에 대한 세금 납부를 의무화했다. 당국이 규제의 고삐를 조이자 단속을 우려하는 불법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포기하고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고 있는 것이다.
유엔 등에 따르면 동남아에서 경제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태국과 말레이시아에는 약 530만명의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출신 합법 외국인 노동자 외에도 각각 200만명의 불법노동자가 체류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니혼게이자이는 태국과 말레이시아에서 규제 강화로 구직을 포기한 외국인 노동자가 각각 최대 100만명에 이를 것이라며 “값싼 노동력과 성장 시장을 보고 동남아를 생산거점으로 삼은 주요 기업들의 경영전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