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청년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극심한 취업난에 빚은 쌓이고 소득은 줄면서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소비마저 줄이고 있다. 취업용 ‘스펙 쌓기’와 열악한 주거환경 속에 우울증을 앓는 청년들도 급증했다.
18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청년층 경제활동 제약의 5대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5~29세 청년실업률은 9.9%로 통계 편제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실업률이 지난 2010년 이후 3%대를 유지한 데 반해 청년실업률은 같은 기간 7%대에서 10% 가까이 상승했다. 청년 체감실업률도 역대 최고치인 22.7%로 전체 체감실업률(11.1%)보다 2배 높았다.
질 좋은 일자리가 없다 보니 빚은 늘고 소득은 주는 악순환이 심해지고 있다. 30세 미만 청년가구주의 평균 부채는 2012~2016년 동안 85.9%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전체 가구의 평균 부채 증가율(28.8%)보다 3배 높다. 반면 청년가구주의 가처분소득은 2015년 2,823만원에서 2016년 2,814만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경상소득은 제자리걸음이었지만 세금·이자비용 등 비소비지출이 늘면서 손에 쥐는 소득은 줄어든 것이다.
이는 소비 감소로도 이어지고 있다. 30세 미만 가구의 소비지출은 2013년 2,299만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6년 1,869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집값 상승에 따른 주거비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나면서 정작 식료품·의류·보건처럼 기본적인 생활에 필요한 소비는 감소하고 있다.
이런 청년들의 고통은 이들을 부양하는 부모 세대에도 전이된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월평균 소득이 100만원 이하인 청년 취업자는 부모와 함께 사는 ‘캥거루족’ 비율이 81.9%에 달했다. 함께 사는 자녀를 부양해야 하는 60대 이상 고령층은 취업이 늘었지만 소득은 오히려 감소했다.
오랜 취업 준비와 경쟁은 청년들의 정신건강도 해치고 있다. 2012~2016년 국내 청년층 인구 10만명당 우울증 환자의 연평균 증가율은 4.7%로 전체(1.6%)의 3배에 달했다. 열악한 주거환경도 문제다. 구직을 위해 청년들이 주요 도시에 몰리면서 청년층 주거빈곤율도 평균 15%, 서울의 경우 30%에 육박할 만큼 높다.
보고서를 쓴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청년층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실질적인 직업훈련과 현장 경험 확대를 통해 기업의 인력 수요에 부응해야 한다”며 “청년층의 이자 부담 완화, 주거안정을 위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