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거대시장을 가진 미국을 상대로 우리 의사를 어떻게 관철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은 통상전쟁을 벌이면서도 적과 아군을 세밀하게 선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철강수출국에 관세 폭탄을 때리면서도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한국의 3배에 달하는 일본은 쏙 빼놓았다. 이는 일본이 선제적으로 움직인 측면이 강하다. 일본은 북한 핵 문제에 대해 미국과 한목소리를 내는 한편 첨단무기 도입도 서두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에서는 동맹이 없다”고 말했지만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미국은 자국의 요구에 맞춰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일본 등에는 일체의 무역보복을 하지 않고 있다. 반면 미국은 우리 정부가 지난해 11월 중국에 ‘3불(不)’ 의사를 전달한 뒤부터 통상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이 통상과 안보를 연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이쯤 해서 우리도 안보전략을 한번 되돌아봐야 한다. 북한과의 대화에 매달리느라 자칫 미국에 불쾌감을 준다면 그 영향은 안보뿐 아니라 경제까지 다방면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다. 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에만 매달리지 말고 외교 루트를 총동원해 무역확장법 발동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참에 크게 부족한 통상전문가들도 적극 양성해 다른 나라에 번번이 당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
정부가 다른 나라의 무역보복으로부터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지키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이는 결과가 뒷받침될 때 의미가 있다. 정부는 말로만 국익 운운하지 말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정교한 전략부터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