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사리원, 독점가능한 이름 아냐"…대법 승소 이끌어낸 로펌 광장

유명 음식점 상호인 ‘사리원’은 특정 업체가 독점할 수 있는 상표가 아니라 지리적 명칭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얼핏 간단해 보이는 이번 사건은 특허법원 판결을 뒤집은 것으로 내로라 하는 대형 로펌에서 전직 대법관 등 스타급 변호사들이 참여해 얻어낸 판결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지난 13일 서울 사리원불고기 대표 라모씨가 대전 사리원면옥 대표 김모씨를 상대로 낸 등록무효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특허법원에 파기환송했다고 20일 밝혔다. 앞서 특허법원은 ‘사리원’이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 아니라고 판단했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사리원’이 북한 황해도 지역의 한 지명이라고 볼 여지가 있어 상표법상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리원은 조선시대부터 교통의 요지로 알려졌고 1947년 시로 승격, 1954년 북한 정부가 황해도를 남북으로 나눈 뒤 황해북도 도청 소재지가 됐다. 이번 판결로 서울 ‘사리원불고기’ 는 본래 상호를 되찾고 영업할 수 있게 됐다.


‘사리원’에 대한 소송은 2015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전 ‘사리원면옥’은 1996년 사리원면옥을 상표등록하고 불고기와 냉면을 판매했다. 서울 ‘사리원불고기’도 대표 할머니의 고향인 사리원을 상호로 사용하며 불고기와 냉면을 판매하고 여러 지점을 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대전 사리원면옥이 서울로 진출하면서 두 음식점간 상표권 분쟁이 벌어졌다.

대전 사리원면옥은 사리원면옥이 상표로 등록되어 있다는 점을 들어 2015년 8월 서울 사리원불고기에 상표권을 침해하지 말라는 통고서를 보냈다. 이에 서울 사리원불고기는 그해 9월 특허심판원에 사리원불고기가 사리원면옥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제기했다. 이듬해 대전 사리원면옥이 서울중앙지법에 상표권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서울 사리원불고기가 특허심판원에 상표무효심판을 제기하며 본격적인 법정 다툼이 시작했다. 특허심판원의 판단은 특허소송 1심에 해당한다.


대전 사리원면옥은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태평양을 대리인으로 내세웠다. 사리원을 지명으로 아는 응답자가 16%에 불과한 2016년 설문조사 결과도 증거로 내놨다. 특허심판원과 2심인 특허법원은 사리원이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 아니므로 상표가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법원이 사리원면옥의 가처분 신청까지 받아들이면서 사리원불고기는 간판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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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리원불고기는 특허법원 판결에 불복해 제기한 상고심에서 법무법인 광장을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신영철 전 대법관(사법연수원 8기)과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 한양석(연수원 17기) 변호사, 대법원 지적재산권 재판연구관을 역임한 김운호(연수원 23기) 변호사, 특허법원 판사를 역임한 곽부규(연수원 29기) 변호사와, 변리사 출신인 강이강 변호사(변호사시험 3회) 등 광장의 지적재산권 전문 변호사들이 투입됐다.

대법원에서 양측은 상표법 법리를 다퉜을 뿐 아니라 사리원을 둘러싼 역사·지리·문화·경제 자료 등 일반 소비자 인식을 입증할 수 있는 다양한 증거들을 내놨다. 대전 사리원면옥측은 유리한 설문조사 결과에 더해 현재 남북분단 때문에 외국 어느 나라보다 왕래가 더 어려운 사리원은 현저한 지리적 명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서울 사리원불고기을 대리한 광장은 사리원은 조선 시대부터 알려진 유서 깊은 도시이자, 교통의 요지이며 황해북도 도청 소재지이고, 남북 교류의 현장마다 등장하는 도시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사리원불고기측은 특허청 역시 1996년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라는 이유로 사리원 상표를 거절한 사실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사리원불고기가 서울에서 오래 영업하며 소비자들에게 알려져 있고 단지 ‘사리원’이 같다는 이유로 대전 사리원면옥이 독점 배타권을 행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광장 변호사들은 주장했다.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서울 사리원불고기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상표 등록일로부터 20년이 지난 뒤 이루어진 설문 조사결과에 근거한 원심 판단은 부당하고, 교과서, 언론보도, 설문조사 등을 비롯하여 일반수요자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사리원은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는 취지로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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