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가 지난 10일 우리 정부의 주선 속에 청와대에서 고위급 비밀회담을 하기로 했다가 북측의 일방적인 취소 통보로 무산된 것으로 전해져 그 배경과 향후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미가 대화의 접점을 번번이 놓친 데는 상대방의 진정성 여부에 대한 불신과 비타협적인 태도가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런 만큼 양측을 중재해 군사적 긴장 완화를 이어가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전략에 험로가 예고되고 있다. 북미 양측이 만나도 협상을 통한 절충 없이 서로 강경한 태도로 평행선을 달릴 것임이 이번 사례를 통해 방증됐기 때문이다.
2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AP통신 등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10일 청와대에서 비밀회담을 하기로 했다가 무산됐다. 펜스 부통령의 대북 압박 발언 등 강경 행보에 북측이 반발해 만남 2시간 전에 돌연 회담 취소를 통보했다는 것이다.
백악관과 국무부 고위당국자 등을 인용한 해당 외신들에 따르면 북미를 중재하려는 한국 측이 해당 만남의 아이디어를 제공했고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펜스 부통령의 방한 기간 중 북측이 만나고 싶어한다는 통지를 받으면서 양측 간 회담 계획이 윤곽을 잡기 시작했다. 약 2주간 회담 성사를 추진한 끝에 5일 펜스 부통령은 10일 오후 북측을 만나기로 했고 8일 서울에 도착했다.
이 같은 회담 무산은 사실상 불가피했다는 시각도 외교가에서 나온다. 미국은 북한의 대화 제안이 국제적 대북제재와 미국의 군사행동을 피하기 위한 선전전이자 위장평화 공세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북한 나름대로 조건 없는 대화를 원하고 있는데 미국이 비핵화 문제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데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이 북한 인권 문제 등을 다시 공론화해 양측 간 감정의 골은 오히려 깊어진 상태다.
이로써 남북대화와 함께 북미대화를 성사시켜 평창올림픽 이후에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고조를 막고 평화 분위기를 지속하려는 문 대통령의 전략에 그만큼 먹구름이 끼게 됐다. 조만간 이뤄질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백악관 상임고문의 방한이 하나의 변곡점이 될 수는 있지만 평창동계올림픽을 축하하러 온 이방카 고문에게 문 대통령이 민감하고 무거운 안보 이슈를 직설적으로 꺼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기류다. 결국은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핫라인을 통해 설득하고 북측에도 다각적인 채널로 비핵화 의지 표명을 설득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고 외교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