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햄버거 사줬으니 돈 내놔” 5년간 중학생 돈 뺏은 ‘20대 골목대장’

5년간 중고등학생 상대로 폭행·폭언 심각

백수 남성이 인당 50만원~100만원 뜯어

피해자들 타지 대학 진학 앞두고 경찰 고소

“김00아, 이리 와 봐. 내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줬는지 알지?”

김모(당시 15세)군의 지옥은 2013년 여름방학 ‘연희동 형님’을 만난 뒤부터 시작됐다. 동네 형들과 어울리기 시작한 게 화근이었다. 일정한 직업이 없었던 연희동 형님은 그날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김군과 김군의 동생을 5년간 불러냈다. 형님은 술이나 담배를 대신 사다 주고 용돈을 빼앗아 가기도 했고, 싸구려 향수를 생일선물로 준 뒤 50만원~100만원에 이르는 PC방비와 버스비를 뜯어가기도 했다. 김군의 지인 점포에서 손님 지갑을 훔치다 들켜 김군을 곤란하게 한 적도 여러번이었다. ‘형님’은 심심하면 김군 형제의 뺨을 때리거나 정강이를 발로 찼고 심한 욕설을 했다. 온몸에 멍이 들었지만 선생님에게도 부모님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이달 초, 마침내 성인이 된 김군은 타 지역 대학에 합격하자 5년 간의 악몽을 끝내기로 결심했다. “더 이상은 못 참겠다.” 김군과 할머니가 손을 잡고 경찰서를 찾은 계기다.

/연합뉴스/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서울 연희동에 거주하며 인근 중학생들을 협박하고 상습폭행한 혐의로 노모(28·무직)씨를 연행해 조사하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노씨는 상습적으로 돈을 갈취하고 폭행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들을 괴롭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노씨는 23살이던 5년 전 여름부터 피해자의 중학교 주변에서 만난 김군 형제를 비롯해 3년 전부터는 고등학교에 진학한 명모(19)군, 조모(19)군 등 당시 중고등학생들로부터 3~5년여에 걸쳐 1인당 100만원 가량의 돈을 빼앗았다. 노씨는 기분이 좋을 때는 햄버거를 사주는 등 잘해주다가 기분이 나쁘면 “너희 엄마가 그렇게 가르쳤냐”며 피해자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뺨과 정강이를 때렸다. 또 햄버거와 향수 등 본인이 사준 것을 빌미로 “내가 해준 것도 있는데 이런 거 하나 못 사주냐”며 교통비 등을 뜯어내고 피해자 지인의 가게에서 지갑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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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김군은 “(노씨가) 가끔 잘해줄 때도 있고 나이도 많아서 동네 형으로만 생각하고 참았다”면서 “최근까지도 일주일에 한 번은 만나고 하루 종일 같이 노는 친밀한 사이어서 더 신고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노씨는 기자에게 “어린애들 만나서 논 게 내 업보”라며 “조용히 조사에 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추가 조사를 통해 혐의를 밝혀나갈 계획이다.

오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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