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임신해 배 부른 것 보기 안 좋다… 중환자실 야간근무 시켜"

'직장갑질 119'에 병원내 '태움' 문화 고발 봇물

"의사가 간호사에 욕설하거나 수술 기구 내던져"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한 간호사가 병원내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투신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간호사들의 실태 고발이 잇따르고 있다./연합뉴스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한 간호사가 병원내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투신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간호사들의 실태 고발이 잇따르고 있다./연합뉴스




서울 대형병원에서 이른바 ‘태움’을 견디지 못하고 한 간호사가 투신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간호사들의 실태 고발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태움은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에서 유래한 은어로 주로 병원에서 선배 간호사들이 신입을 가르치거나 길들이는 방식을 지칭한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25일 A 씨를 비롯한 간호사들로부터 제보받은 병원 태움 실태를 공개했다. 10년 넘게 간호사로 일한 A씨의 경우 “임신 마지막 달까지 폐쇄병동인 중환자실에 배치돼 야간근무를 했다”며 “‘서명을 해라’는 말에 서명했는데, 알고 보니 야간근무에 동의한다는 내용이었다”고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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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가 일하던 병원은 ‘임신을 해서 배가 부른 것이 환자들이 보기에 좋지 않기 때문’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이유를 내세워 야간근무를 강제했다. 복직 후에도 병원 측은 A 씨를 1∼2년 차 간호사가 하는 업무에 배치해 사실상 좌천시켰다. A 씨는 “모욕감을 줘서 퇴사를 종용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면서 “후배의 지시를 받으며 일하는 치욕과 모욕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분노했다.

중소병원 수술실 간호사라는 B 씨는 “수술 의사 한 명이 간호사들을 무시하고 욕설하거나 수술 기구를 던지는 것은 일상”이라며 “간호사들은 심한 자기 모멸감과 비참함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간호사 C 씨의 경우 업무 중 발을 다쳐 깁스했는데 선배 간호사의 강요로 계속 일을 하다가 끝내 병원을 그만두고 외국 유학길에 올랐다. 그는 “간호사와 한국 사회생활에 회의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직장갑질119는 “간호사들의 병원 갑질 제보는 수백 건에 이르고, 이 가운데 교육을 빙자한 가혹 행위만 40여 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태움을 없애려면 병원의 핵심 문제인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별도의 교육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교육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며 “특히 권력과 위계를 이용한 괴롭힘은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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