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사진) 네이버 창업자(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회사 설립 이후 19년 만에 이사회에서 빠진다.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은 뒤 불과 1년 만에 내린 결단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총수) 재지정을 벗어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26일 이사회를 열어 다음달 19일 임기 만료되는 이 창업자의 사내이사직 후임으로 자사의 최인혁 비즈니스위원회 리더를 추천했다고 밝혔다. 지난 1999년에 네이버(옛 네이버컴)를 설립한 이 창업자는 대표이사 자리를 2004년부터 내려놓았지만 사내이사로는 줄곧 활동해 왔다. 네이버는 “해외 투자와 신규 사업 추진을 총괄하는 GIO 역할에 전념하기 위해 이 창업자가 사내이사직을 연임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창업자의 결정으로 네이버의 총수가 다시 지정될 여지도 생겼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 네이버를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면서 이사회 구성원 중 가장 보유 지분(당시 4.64%)이 많고 실질적으로 회사를 이끌어왔다는 이유로 이 창업자를 총수로 확정했다. 당시 이 창업자는 공정위를 직접 방문해 네이버를 KT나 포스코와 같은 ‘총수 없는 기업집단’으로 지정해 줄 것을 건의했으나 수용되지 않았다.
공정위는 매년 9월 무렵에 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발표하면서 총수도 지정한다. 네이버는 이 창업자가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이사회에서도 빠진 만큼 다시 한 번 ‘네이버 법인’을 총수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이 창업자는 총수로 지정된 후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여야 의원들로부터 포털 뉴스 편집 공정성 문제와 관련해 뭇매를 맞는 등 고충을 겪기도 했다.
다만 공정위가 당사자의 사망 외에는 기업집단의 총수를 변경한 적이 없다는 점은 변수다. 공정위는 총수 지정 제도의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윤곽은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네이버 이사회는 또한 이날 회의에서 임기가 곧 끝나는 이종우 사외이사(숙명여대 교수)도 연임하지 않기로 했다. 이 교수의 후임은 이인무 카이스트 교수로 내정됐다. 이에 따라 네이버 이사회는 앞으로도 7인 체제로 운영된다. 새로 내정된 사내이사와 사외이사의 선임은 다음달 23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