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북미대화 물꼬를 트기 위해 중재안을 내놓았다. 미국은 대화 문턱을 낮추고 북한은 비핵화 의지를 보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비핵화를 내걸고 있어 문 대통령과 미묘한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26일 청와대에서 류옌둥 중국 부총리와 만나 “미국은 대화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고 북한도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며 “미국과 북한이 빨리 마주 앉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미대화 성사를 위한 중국의 지속적인 협력을 당부했다.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북미대화 중재에 속도를 내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전날 평창올림픽 폐막식 참석을 위해 북한 고위급 대표단으로 방남한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에게도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구체적인 북핵 해법 로드맵을 제시했고 김 부위원장은 이를 경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일단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오면 국제사회가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 비핵화로 나아가는 ‘2단계 북핵 해법’이 제시됐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도 이러한 북핵 해법에 특별한 이견을 제시하지 않은 채 미국과의 대화 의사를 거듭 강조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부위원장은 이날 서울의 한 호텔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만나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며 “우리는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이미 여러 차례 밝혔다”고 말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밝혔다. 특히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데 전제조건이 붙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북한이 우리 정부의 북핵 해법을 어느 정도 수용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대화 의사에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백악관은 “우리는 대화할 의향이 있다는 북한의 메시지가 비핵화로 가는 첫걸음을 의미하는지 볼 것”이라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CVID)’ 원칙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최대한의 압박 공세는 북한의 비핵화까지 계속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