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찾아간 GM 군산공장 정문 앞. 철제 바리케이드 사이로 가끔씩 공장 밖으로 나오는 승용차는 있었지만 안으로 들어가는 화물차량은 아예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한참 뒤 가방을 메고 걸어 나오는 한 직원을 주차장에서 만날 수 있었지만 기자가 물어보기도 전에 “죄송하다”는 말만 짧게 건네며 차 문
을 닫아 버렸다. 직원들에게 다가가는 것도 버거웠지만 질문 자체를 건넬 수가 없었다.
실제 정문 옆에 있던 한 경비원은 “공장 밖으로 나오는 직원들을 마주할 때는 ‘수고했다’는 말도 꺼내지 못할 정도”라며 “서로 눈치를 보면서 고개를 숙인다. 그저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승용차로 5분 거리에 있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의 모습도 초췌하기 그지없었다. 지난해 7월부터 가동중단 상태인 조선소는 현재 정문과 북문, 남문 등은 철판으로 아예 막아 놓은 상태였고 주 출입구였던 동문만 경비원 혼자서 지키고 있었다.
현재 군산지역은 지난해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으로 이미 5,00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GM 군산공장 근로자 1만2,744명(협력업체 1만700명 포함) 등 가족까지 포함하면 5만명이 넘는 가족들이 거리로 나돌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군산 경제를 이끌어 왔던 이들 두 축이 완전히 무너지면서 밑바닥 경기는 희망을 찾아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GM 군산공장과 현대중공업 조선소 중간에 원룸촌이 밀집해 있는 소룡동과 오식도동 주변 상가는 이미 초토화가 돼 있었다. ‘매매’나 ‘임대’를 내놓는다는 안내문구도 없이 두 집 건너 한집은 불이 꺼진 체 문이 닫혀 있는 상태였다.
한 상가 주인은 “부동산에 내놔도 오는 손님이 없고 4층 12실 규모로 지어진 원룸에는 많아야 3~4실 정도 운영되고 있을 것”이라며 “밤에는 불 꺼진 유령도시처럼 암울한 도시로 변해버렸다”고 토로했다. 공장 근처에서 인쇄업을 하는 이모(63)씨도 “작년부터 군산조선소가 문을 닫고 협력사들도 모두 이곳을 떠나면서 기존에 납품하던 물량이 80% 이상 줄어들었다”며 “군산은 희망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앞으로 살길이 더 막막해진다”고 하소연했다.
지역에서는 한국GM에 대한 본격적인 실사를 앞두고 GM 군산공장 정상가동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군산 시민들은 “군산을 살리는 길은 오직 GM 군산공장 폐쇄 결정 철회와 군산공장을 정상 가동 시키는 것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송하진 전북도지사를 비롯해 14개 시장·군수는 26일 익산에서 한국GM 군산공장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회의를 갖고 한국GM 군산공장 폐쇄결정에 따른 군산과 전북의 경제위기상황 해결방안을 논의했다.
/군산=김선덕기자 sd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