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뉴욕·도쿄·홍콩…미술한류의 저력 뽐내다

60년만에 뉴욕서 발견된 이응노 유작

세계 3대 미술관 '모마'의 소장품으로

日서 러브콜 받은 老화가 김종학

겨울풍경 담은 여백의 미로 홀려

김종학 ‘무제’ 캔버스에 아크릴, 53x65.1cm /사진제공=조현화랑김종학 ‘무제’ 캔버스에 아크릴, 53x65.1cm /사진제공=조현화랑


해외에서 인정받고 활약하는 한국 작가의 소식은 국내에서의 활동 소식 못지않게 반갑다. 미술 한류(韓流)의 원조로 꼽히는 이응노(1904~1989)부터 서양화 재료로 한국화의 정신성을 그리는 김종학(81), 국제무대를 누비는 설치미술가 김홍석(54)이 낭보를 전해왔다.

이응노 ‘항해’ 1957년작, 127.8x32.6cm, 뉴욕현대미술관 소장. /사진제공=이응노미술관이응노 ‘항해’ 1957년작, 127.8x32.6cm, 뉴욕현대미술관 소장. /사진제공=이응노미술관


◇뉴욕서 60년 만에 찾은 이응노 작품=이응노는 조선의 수묵화가 해강 김규진에게서 그림을 배웠고 대나무에 탁월하고 죽순처럼 빠르게 배운다 하여 죽사(竹史)라는 호를 받았다. 이후 눈으로 본 대나무가 아니라 마음으로 본 그 진정한 모습을 그려야겠다며 변화를 시도했고 해방 후 일본미술의 잔재를 청산하는 과정에서 고유의 화풍을 형성한다. 이응노는 뉴욕에서 열린 ‘한국현대미술전’에 참여했고 1958년 록펠러재단을 통해 그의 작품 3점이 뉴욕현대미술관(MoMA·모마) 소장품이 됐다. 모마는 프랑스 퐁피두센터, 영국 테이트모던과 함께 세계 3대 미술관으로 꼽힌다. 앞서 1956년에 이중섭의 은지화 3점이 아시아 화가 최초로 모마에 소장됐고 이응노가 그 뒤를 이었다. 이듬해 작품들은 모마 신소장품 전시에 걸렸고, 이응노는 프랑스에 정착해 새로운 미술을 시도한다. 대전시 이응노미술관이 지난달 모마에 방문해 이응노 작품 3점을 확인했다. 이들 작품이 국내 미술계관계자를 통해 확인되기는 약 60년 만이다. 이지호 이응노미술관장은 “3점 중 2점은 족자 형태 작품인데 훼손 없이 상태가 좋고 1950년대 후반 작가의 고유 양식과 정서를 잘 보여줬다”면서 “동양적 정서를 현대적으로 표현한 이들 작품을 매개로 교류전·기획전이 성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며 원조 미술한류를 일으킨 이응노는 지난해 파리 퐁피두센터와 세르누치미술관 등지에서 개인전이 열렸다.

김종학 ‘무제’ 캔버스에 아크릴, 53x65.1cm /사진제공=조현화랑김종학 ‘무제’ 캔버스에 아크릴, 53x65.1cm /사진제공=조현화랑


◇일본 러브콜 받은 김종학=서양화 재료로 문인화 같은 생략과 여백의 미, 민화 같은 과감함을 보여주는 김종학이 지난달 24일부터 일본 도쿄 롯폰기 소재 토미오코야마 갤러리에서 설경(雪景) 만을 모아 개인전을 열고 있다. 무라카미 다카시와 요시토모 나라를 먼저 발굴해 세계무대에 알린 토미오코야마 갤러리는 오노 요코부터 라이언 맥긴리 등 굵직한 작가들의 전속화랑이다. 토미오 대표는 2년 전 한 아트페어에서 본 김종학의 겨울풍경을 우연히 본 후 단순하면서 과감한 붓질에 매료됐고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며 받은 설렘을 한국의 노작가로부터 경험했다”면서 전시를 제안했다. 작가의 대표작으로 백화난만한 꽃그림과 지리산 풍경 등이 있지만 이번 전시에는 하얀 눈의 여백 사이로 낙서처럼 무심한 필치로 자연의 생명력을 뿜어내는 미공개 신작들만 선보였다. 추운 겨울을 견디고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한 얼음 풀리는 겨울을 우아하게 그려낸 작품들이다. 지난 2001년 이인성미술상을 수상했고 2011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연 김종학 화백의 희소식은 이번 전시뿐만 아니다. 오는 6월에는 파리에 있는 유럽 최대의 동양박물관인 기메뮤지엄에서 대규모 개인전이 예정돼 있다. 일본 전시는 이달 말까지.

김홍석의 청동 설치작품 ‘곰 같은 형태’ /사진제공=국제갤러리김홍석의 청동 설치작품 ‘곰 같은 형태’ /사진제공=국제갤러리


◇홍콩서 만나는 김홍석의 쓰레기봉투=홍콩 시(市)정부가 야심 차게 시도한 첫 공공미술 프로젝트인 ‘하버 아트 조각공원’에서 한국의 현대미술가 김홍석 상명대 교수의 ‘곰 같은 형태’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22일 개막해 오는 4월11일까지 계속되는 이 행사는 홍콩 중서구 산책로부터 완차이 지역, 빅토리아 항구 주변을 배경으로 세계 각국의 작가 19명의 대작들을 선보이고 있다. 예술 선진도시로서 입지를 다지는 홍콩의 포부를 보여준다. 영국을 대표하는 조각가 안토니 곰리를 필두로 마이클 크레이그-마틴, 트레이시 에민, 미국의 제니 홀저와 토니 아워슬러, 일본의 쿠사마 야요이 등 화려한 명성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한국인으로는 김홍석이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그가 선보인 작품 ‘곰 같은 형태’는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커다랗고 검은 쓰레기봉지의 조합에서 시작됐다. 거리에 뒹굴다 보행자의 발길에 걷어차이기도 한 검은 봉지가 곰이나 개 같은 모양을 이루기도 하는 데서 작품을 착안한 작가는 이를 전통적 조각재료인 청동으로 정성스레 제작했다. 버린 사람도 차거나 옮겨놓은 보행자도 의도하지 않은 행동이었지만 이 안에서 “모종의 합의”를 포착한 작가가 사회·풍자적 의미를 담아 작품을 이뤘다. 지난 2013년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열린 개인전에서는 같은 개념의 ‘개 같은 형태’를 내놓았다. 이번에 선보인 ‘곰 같은 형태’는 지난 2014년 뉴욕 맨해튼 트라이베카 공원에서도 선보인 적 있으며 전시 후에는 홍콩 타마파크에 자리 잡을 예정이다.




관련기사



조상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