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남북경협 군불때는 정부] 盧정부 모델 환서해·동해개발 'H벨트' 구체화...과속 경계론도

정상회담 때 개성공단 재개 큰틀 합의 가능성

남북철도·도로 재연결하고 수산업도 협조할 듯

"南南갈등도 고려해 단계적·점진적 추진해야"





2007년 10월2일. 고(故) 노무현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이틀 뒤인 10월4일, 남과 북은 ‘6·15남북공동선언’에 기초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2007 남북정상선언문)’을 채택했다.


울림은 컸다. 선언에는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경제협력사업 활성화 △사회문화 교류 협력 등이 담겼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와 경제특구 건설, 안변과 남포에 조선협력단지 추진 같은 경제협력 내용이 많이 포함됐다. 이후 금강산 관광객 피격과 천안함 사건, 북한 핵실험 등으로 협력은 끝났지만 지금도 유력한 남북경협 모델로 거론되고 있다.

참여정부의 DNA를 물려받은 문재인 정부의 신경협이 ‘10·4정상회담’ 때의 모델을 따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물론 신경협의 토대는 문 대통령이 강조한 ‘한반도 신(新)경제지도’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독일 베를린에서 구상을 내놨다. 서해권은 개성공단과 평양·남포·신의주를 거쳐 중국의 주요 도시와 연결하고 동해권은 금강산과 원산·단천, 청진·나선을 지나 러시아로 나가겠다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이를 뜯어보면 개성공단의 2단계 건설에 합의하고 서해평화협력지대를 제시했던 2007년의 틀을 확대·발전시킨 것이다. 개성공단 같은 협력지대를 동시다발적으로 짓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정부 관계자의 발언도 ‘10·4정상회담’이 배경에 깔려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10·4정상회담’을 포함해 과거 정부의 내용을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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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개성공단 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가 우선 경협 대상으로 꼽힌다. 개성공단은 남북 군사긴장 완화와 경제협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다음달 말 있을 남북정상회담에서 세부 내역까지 합의하지는 못하더라도 큰 틀의 합의나 공감대 형성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2004년부터 2015년까지 개성공단 진출을 위한 승인·신고 건수는 390건이었다. 2008년 중단된 금강산 관광을 한 이들은 총 193만4,662명이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은 “대북제재 와중에서도 예외적으로 인정을 받아 할 수 있는 사업이 있다”며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를 대북제재 예외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로와 철도·가스 등도 눈에 띄는 성과가 가능하다. 한국도로공사는 경협 사업 중 하나로 북한 고속도로 건설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오영식 코레일 사장은 최근 “4월 말 정상회담 뒤에 다양한 실무회담이 열리는데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남북철도 연결사업”이라고 밝혔다. 남북 철도 왕래는 2007년 28회, 2008년 420회가 전부다. 남북 철도 연결 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통해 유럽까지 갈 수 있고 거꾸로 천연가스 같은 에너지를 들여오는 일도 가능하다. 대한민국의 물류와 수출 루트가 지금과는 180도 바뀔 수 있는 사안이다. 청와대 관계자가 “5월이 되면 경제정책의 판이 바뀔 수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장려하고 있는 수산업도 협력 대상에 오를 수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우회할 수 있는 사회·문화·스포츠 교류도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7년 합의 때도 남북은 역사·언어·교육·과학기술·문화예술·체육 분야 협력을 강화하고 ‘2008베이징올림픽’에 남북 응원단이 경의선을 이용해 참가하기로 했다. 국내 기업인의 깜짝 북한 방문이나 홍수 같은 자연재해, 산림녹화 협력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 안팎에서는 ‘H경제벨트’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국가경제개발 10개년 전략계획(2010~2020)’에서 서남 방면(신의주-남포-평양)과 동북 방면(나선-청진-김책)의 양대 축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우리의 ‘H경제벨트’와 일맥상통한다. 통일연구원은 2007년 남북합의에 따른 경협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우리의 생산유발 효과는 269억3,000만~407억5,000만달러에 달하고 북한에 연간 27억3,000만달러를 투자하면 3만~4만6,000명가량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

전문가들은 경협이 단계적·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과속 경계론이다. 북한의 비핵화가 완전히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나친 속도전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남남갈등’ 가능성이 있는데다 지금까지 북한은 수차례 일방적으로 약속을 깼다. 경협이 북한에 시간을 벌어주는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해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점진적·단계적 남북관계 정상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과 국제사회와의 공감대 형성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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